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주택 정책에 대해 발표했으나 국민께 전달되는 과정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 점이 있다”며 “국가의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는 우리의 시각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발표한 1기 신도시 재정비 정책을 질책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고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특정 부처의 정책에 대해 질책성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실이 개편된 만큼 대통령실, 정부, 당이 협업해 국민의 시각으로 정책을 수립하라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라면서도 “공급자 위주의 정책 수립, 부처 편의주의적 소통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예로 들며 “예전 같으면 5년 정도 걸리는 사안을 최대한 단축했는데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못했다”며 “정책을 언제 발표하느냐보다 국민에게 잘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국민이 실감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달라”고 당부했다.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 파기 논란은 지난 16일 원 장관이 “올해 하반기 연구용역을 거쳐 2024년까지 도시 재창조 수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불거졌다. 경기 성남 분당과 고양 일산 등 5개 신도시 지역의 광범위한 재개발·재건축 프로젝트가 걸린 정책인데 별도의 추가 설명이 없었다. 그러자 주민들 사이에선 “사실상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파기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전체 맥락에서 볼 때 국민들께서 이해를 잘 해주실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은 더 확산됐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같은 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하고 “윤석열 대통령 약속대로 1기 신도시 재정비가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를 찍은 뒤 2주 연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16~19일 성인 남녀 2011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범위 95% 신뢰 수준 ±2.2%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8%포인트 오른 32.2%로 집계됐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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