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사이 Fed 인사들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은 영향이 컸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0.7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도 내년까지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내리면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통상 원화는 위안화 흐름에 연동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보다 경착륙을 막기 위한 성격이 강해 보인다”며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원화 약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영국과 독일의 ‘물가 쇼크’ 역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앞서 영국의 소비자 물가가 전년 같은달 대비 10.1% 오른 데다 독일의 7월 생산자물가는 37.2%로 폭등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로화 가치는 독일의 7월 생산자물가 쇼크와 더불어 가뭄 및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 지속 등으로 급락했다”며 “유로화 약세가 달러 초강세의 빌미가 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의 경착륙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럽 역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는 데다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한국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확대 효과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무역적자는 102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수출은 그만큼 늘지 않고 있다”며 “대외 경기가 악화하면서 무역수지가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의 급상승으로 수입 물가는 더욱 자극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문홍철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한국의 수출이 더욱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부동산발(發) 중국의 경기 둔화, 유로존의 분열 등 극단적인 상황까지 염두에 두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넘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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