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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PL(Buy Now Pay Later, 선구매후결제)은 빅테크의 전유물로 알려져있다. 아마존과 애플, 페이팔이 작년 잇따라 BNPL 진출을 선언했다. BNPL은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없는 신용카드랑 똑같다. 단지 신용카드사가 아니라 테크에 기반을 둔 기업이 신용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다른 점이다.
BNPL은 이미 미국에서만 거래규모가 65조원까지 늘어났다. 단순히 신용정보만으로는 신용결제 한도도 나오지 않는 사람이 많다. 다른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BNPL이 효과적인 이유다. 카드번호를 일일이 입력할 필요 없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결제가 가능할 정도로 편의성도 우수하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가 미래를 보고 금융위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BNPL에 진출했다. '네이버페이 후불결제'가 대표적이다. 토스에서는 후불결제에 동의하면 잔고에 돈이 없을 경우 자동으로 후불결제가 이뤄진다. 카카오페이에서도 대중교통을 탈 때 교통카드처럼 후불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3개 빅테크 모두 아직까지는 크게 성공을 거두진 못한 상황이다.
BNPL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업체도 있다. B2C가 아니라 B2B로 한다는 점이다. 가령 개인이 뭔가를 사면서 BNPL을 쓰면 결제사가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청구하는 것처럼, 사업자나 긱워커가 사업을 하려고 어떤 물건을 사면 업체가 먼저 결제하고 나중에 상환받는 식이다. 미국에서는 파운더패스나 밸런스, 플레이터와 같은 업체들이 시도하면서 이제 막 태동한 단계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인 윙크스톤파트너스가 B2B BNPL서비스인 '윙킷'을 최근 내놨다. B2B BNPL이 무엇이고, 국내에서 BNPL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이유가 뭔지 권오형 윙크스톤파트너스 대표와 얘기를 나눠봤다.
쏟아지는 데이터, 금융의 지평선을 열다
▶B2B BNPL을 비롯한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 금융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미국 PwC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실화된 지방은행과 지역 신협의 대출채권과 모기지채권을 검사하고 재증권화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면서 대출채권이랑 신용평가모형을 들여다봤는데 미국 금융기관들은 현금흐름을 평가해서 소상공인이나 씬파일러에게 대출을 많이 내주더라고요. 담보보다는 이런 신용대출 비중이 높았거든요. 미국 금융기관들이 무너진 건 담보 때문이었고요. 한국은 담보대출 비중이 훨씬 높죠. 한국은 왜 그런 신용대출이 안 되는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 데이터가 너무 부족해서 안됐구나 싶었습니다. 몇년 지나니까 데이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온라인은 원래 많고 오프라인도 배달의민족 같은 오프라인 플랫폼들이 많아졌죠. 그럼 이제 해볼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한국은 아직 그런 분야에 대한 금융서비스가 없었으니까요.
▶B2B BNPL과 B2C BNPL이 다른 점은 뭔가요.
B2C BNPL은 비싼 물건 살 때 무이자할부 제공해주는 서비스에요. B2B BNPL은 사업자들이 장사를 하려고 재고를 사거나 광고비를 더 써야하거나 그럴 때 매입자금이 필요한데 그걸 저희가 대신 결제하는 거죠. 매출을 더 내고 싶어서 부자재나 재고를 살 때 신용카드 결제하듯 저희가 내는 겁니다. 사실 B2C BNPL은 한국에선 어렵다고 봤어요. 워낙 신용카드나 간편결제가 잘 돼 있어서요.
▶B2B BNPL이 왜 필요한가요.
사업자들이 개인과 다른 점은 사업이 잘될수록 자금이 필요하다는 거거든요. 개인은 소비하려고 BNPL을 이용하지만 사업자는 성장하려고 BNPL을 이용하죠. 식자재, 물류, 화훼 같은 업종은 미리 돈을 내서 사들이고 나중에 팔아서 이익을 내는 모델이잖아요. 고객들의 주문량이 늘수록 재고매입량도 늘어나는 구조에요. 미리 부자재 같은 걸 사고, 나중에 매출채권을 회수하는 시차가 있어서 사업이 잘될 수록 자금 수요가 커진다는 거에요. 오히려 의욕있는 사업자한테 광고집행비나 사업장 확장 자금을 빨리 내주면 미래 현금흐름은 더 늘 수 있어요. 더 안정적인 사업자가 되는 선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사례가 있을까요.
가령 온라인 셀러들이 동대문에서 사입을 하거든요. 그게 한 해 15조원정도 됩니다. 사입하는 걸 예전에는 사입삼촌(의류 도매상과 소매상을 이어주는 역할)이라고 개인들이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앱으로 다 바뀌었어요. 앱 상에서 사입한 걸 바로 결제할 수 있게 도와드리는 거죠. 동대문에서 사입할 때 드는 매입자금은 사실상 신용대출이기 때문에 소매상들에게 대출을 내주는 금융기관은 전혀 없어요.
1년 안된 프랜차이즈, 근태 우수한 알바도 금융혜택 누린다
▶기존 금융기관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파는 매출데이터는 주문수집플랫폼을 통해서 사업자들이 보통 관리를 합니다. 이 플랫폼에서 각종 사업자 데이터를 다 끌어올 수 있으니까 마진이나 이익을 다 알 수 있어요. 온라인 셀러들이 물건을 한 플랫폼에서만 팔지는 않죠.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여러 플랫폼에서 파는데 그걸 관리하려면 일일이 배송하고 반품처리도 다 플랫폼에서 온 주문마다 처리해야하거든요. 그런 일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사방넷이나 플레이오토 같은 플랫폼들이에요. 그래서 사업자들이 이 플랫폼을 거의 다 씁니다. 한 번에 그동안 신용평가에 반영되지 못한 데이터를 끌어와서 신용을 평가할 수 있는 거죠.
은행이 놓치는 사례를 하나 더 들자면 1년 생존율이에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1년 생존율이 일반 사업자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예측도 가능해요. 프랜차이즈 본점이 마케팅이나 물류, 운영지원까지 해주니까요. 자기 힘 만으로 창업하는 게 아닌 거죠. 그러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에는 리스크를 더 잘 예측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창업자는 은행이 대출을 못하더라고요. 이력이 없으니까요.
▶빅테크에 대해 지닐 수 있는 강점이 있을까요.
사실 대출 라이센스라는 게 중요해요. 신용평가모형을 샘플로 테스트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직접 대출을 내봐야한다는 거에요. 계속 대출을 하면서 실전 테스트를 거쳐야 모형의 성능을 계속 끌어올릴 수 있어요.
미국에 있을 때부터 현금흐름 추정이 제 분야입니다. 현금흐름 추정 모델이 있고, 신용평가시스템이랑 비금융데이터가중치 모델이 따로 있어요. 비금융데이터 가중치 모델은 예를 들면 오프라인 사업자는 어느 업종으로 어느 상권에서 하느냐가 중요하거든요. 폐업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어요. 온라인 사업자는 계절성이나 반품률이 중요하고요.
▶앞으로 BNPL 서비스 출시 계획이 궁금합니다.
긱워커나 아르바이트가 대상인 BNPL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리 월급을 앞당겨서 지출하고 나중에 갚는 거죠. 그러면 그 긱워커나 아르바이트의 뭘 보고 한도를 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알바 근태관리 플랫폼이 있어요. 편의점 등이랑 제휴를 맺고 근태 데이터를 모아놓은 플랫폼이에요. 지난 알바하면서 한 달 중에 며칠이나 나왔나, 정해진 시간에 출근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죠. 어떤 아르바이트에 대해서 한국신용정보원에서 받은 개인 신용정보에다가 근태관리 데이터를 합해서 신용을 평가합니다.
씬파일러나 특정 소상공인에게 특화된 신용평가는 하나하나의 가치가 크다고 봐요. 올해는 그런 신용평가모델이 완전히 자리잡는 해고, 내년부터 경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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