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뚫은채 연고점을 경신하며 출발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에서 동시다발적인 악재가 쏟아지면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극심해지고 달러화가 초강세를 나타낸 영향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이 연말 14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환율 리스크를 잘 관리하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34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5원 오른 1340.3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상승폭을 확대하며 1345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전일 13년4개월 만에 1330원을 돌파한 데 이어 하루 만에 1340원대 안착을 시도했으나 이내 하락 전환하는 등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배경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심한 가운데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달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추가로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달러 강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은 총재 등 Fed 인사들은 자이언트 스텝 조치를 지지한다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에 전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19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중국 인민은행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내리면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원화 약세(달러화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통상 원화는 위안화 흐름에 동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영국, 독일의 물가쇼크 등 유럽연합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 약세 및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유로화는 20년만에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고 중국의 금리인하 배경은 경기 위축 우려라는 점이 참가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이날 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를 상향 돌파하기엔 쉽지 않지만 현재 달러화 강세를 야기하는 원인들이 하루, 이틀만에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어서 달러화 강세 랠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올 하반기 1350원대를 넘어 1400원대마저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대 두 차례다.
특히 오는 26일(현지시간) 예정된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통화정책 기조를 변화시키는 뉘앙스를 내놓지 않는 이상 달러화 강세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Fed는 내달부터 월별 양적긴축 규모를 현재 475억달러에서 두 배인 95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그만큼 달러화 강세는 심화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외국인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진 않을 것이란 의사를 내비쳤으나 환율 상승폭이 가팔라지면서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도 환율이 빠르게 치솟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은 "고환율이 수입물가상승, 국제수지 악화 등 우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부분들을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잘 관리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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