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이날 오후 1시45분께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변호사 1명을 대동한 채 차량에서 내린 김씨는 "혐의를 부인하나", "법인카드 사용에 관해 이 의원은 전혀 몰랐나"는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씨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포토라인을 지나쳐 그대로 조사실이 있는 건물 안으로 향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9일 김씨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김씨 측은 일정을 조율해 2주 만인 이날 경찰에 출석했다. 해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김 씨가 경찰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전 경기도청 총무과 별정직 5급 배모 씨 등을 통해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거나, 타인 명의로 불법 처방전을 발급받았는지 등 전반적인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출석에 앞서 김씨 측은 이 의원실 페이스북을 통해 "김혜경 씨는 오늘(23일) 오후 2시경 경기남부경찰청에 이른바 '7만 8천원 사건' 등 법인카드 관련 조사를 위해 출석합니다"라며 출석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법인카드 사용 여부를 몰랐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경찰이 소환조사까지 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김씨에 대한 조사는 장시간 이어질 전망이다. 조사해야 할 내용이 많은데다, 조사 후 조서 열람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때문이다.
다만, 조사는 이날 한 번의 소환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얽혀 있어 공소시효(9월9일)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김씨와 재차 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어렵고, 민주당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는 이 의원이 이번 주말 마지막 일정이 있는 만큼 경찰 입장에서도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경찰이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돼 온 김씨를 직접 불러 조사한 만큼, 수사가 거의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김씨가 2018년부터 3년간 배 씨를 수행비서로 뒀다"고 주장하면서 "혈세로 지급하는 사무관 3년 치 연봉이 '김혜경 의전'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과 배우자 김씨, 배씨 등을 직권남용과 국고 손실 등 혐의로 고발했다.
올해 2월엔 김씨가 음식 배달과 집안일 등 사적 심부름에 공무원을 동원했고,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거나 타인 명의로 불법 처방전을 발급받게 한 의혹 등이 있다며 추가로 고발했다.
이밖에 경기도청은 3월25일 배씨가 근무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전체와 함께 횡령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고발장 내용을 살펴본 뒤 경기도청 및 법인카드가 사용된 식당 등 129곳을 각각 차례로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핵심 인물인 배씨와 공익신고자 신분인 최초 제보자 A씨를 각각 불러 조사했다.
관련인 조사 과정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배씨의 지인 40대 B씨가 지난달 26일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발생했다. B씨는 이 의원이 대선 경선을 치를 당시 후보 캠프에서 운전기사로 일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이 의원 측과의 연관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B씨가 캠프에서 운전 업무를 한 것은 맞지만, 김씨의 차를 운전한 것은 아니고 배우자가 탄 차의 앞쪽에서 운행하는 다른 차 운전을 맡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낸 바 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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