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배우자인 강난희 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 직접 나와 "역사는 내 남편 박원순의 무죄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남편의 억울함을 밝혀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강 씨는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행정소송 변론기일에 직접 발언할 기회를 얻자 "박 전 시장은 위안부, 세월호, 장애인, 노숙인, 청소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좀 더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강 씨는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다. 그는 "인권위가 조사개시 절차를 위반했고 증거를 왜곡했으며 상대방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내 남편을 범죄자로 낙인찍어 인권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권위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최영애 (당시)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전 시장에게) 성 비위가 있는 것처럼 예단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면서 "인권위가 편견과 예단을 가진 채 진실을 왜곡하고 짜맞추기식으로 조사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강 씨 측 대리인도 "인권위는 법원의 각하 판결만을 바라면서 자신들의 결정은 어느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고 말한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인권위가 부끄러운 태도를 스스로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측 대리인은 직권조사 개시 절차가 부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다른 사건도) 당사자의 직권조사 개시 요청 없이도 직권조사를 개시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서울 북악산 인근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그가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관련 의혹을 풀지 못한 채 같은 해 12월 수사를 종결했으나, 인권위는 지난 1월 직권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동을 했다고 인정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당시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된다"면서 서울시에 피해자 보호 방안 및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 씨는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사실로 인정하면서 서울시에 내린 제도 개선 권고 조치를 취소하라며 지난해 4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날 이 사건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10월 18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