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전동카트의 진화…hy "이젠 플랫폼"

입력 2022-08-23 17:13   수정 2022-08-24 00:43


유통·식품업계에서 hy(옛 한국야쿠르트)는 더 이상 ‘야쿠르트’ ‘윌’ 같은 음식료만 제조·판매하는 식품회사로만 인식되지 않는다. 경사진 골목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전동카트 3세대 ‘코코’의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진정한 ‘라스트 마일’ 배송이 가능한 물류·플랫폼 기업으로 받아들여진다.

hy는 2026년까지 전국에 보급된 1만 대의 전동카트를 3세대 카트로 전부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23일 공개했다. 자체 판매조직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신선식품을 넘어 진단키트, 위생용품까지 배송하겠다는 구상이다.
“hy 경쟁력의 원천”
hy는 3세대 코코를 도입한 지 1년 만에 2000대를 보급했다며 2026년까지 전국에 깔린 나머지 8000여 대의 배송 카트를 모두 3세대 모델로 바꾸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3세대 한 대 가격은 1400만원이다.

3세대 코코 전국 보급을 위해 총 1500억원가량 투자하는 셈이다. hy 관계자는 “hy의 사업영역이 콜드브루 커피, 밀키트, 샐러드 등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데엔 코코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hy는 식품·화장품 제조로 시작한 기업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강력한 방문판매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판매 최전선의 1만1000여 명 프레시 매니저는 hy 경쟁력의 원천이다.

hy가 카트 개발에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세 번에 걸쳐 혁신한 이유다. hy가 통상 5% 안팎인 식품회사들의 영업이익률보다 높은 10% 안팎의 이익률을 올리는 데엔 유통비용 절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진화하는 코코
hy의 첫 전동카트는 2014년 나왔다. hy는 220L 대용량 냉장고를 장착한 탑승형 냉장 전동카트를 선보이면서 ‘코코’라는 이름을 붙였다. 콜드(cold)와 쿨(cool)의 앞글자를 따 ‘신선하게 배송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2017년 디자인을 개선한 2세대 모델이 나왔고, 지난해에는 적재 공간을 키우고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3세대 코코를 선보였다. 3세대 모델은 전보다 냉장 적재 공간이 20%가량 늘어난 260L다.

열선 손잡이, 추돌방지센서, 조향 보조장치, 원격 제어가 가능한 전자식 잠금장치 등이 적용됐다. ‘무인결제’도 도입해 프레시 매니저가 없어도 고객이 자유롭게 제품을 구매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3세대 코코 도입으로 소비자 집 앞까지 라스트 마일 배송이 가능한 지역도 훨씬 넓어졌다. 적재 공간이 통상 5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스티로폼 박스 등 포장부자재도 덜 사용한다. hy는 카트 수리 및 생산을 담당하는 hy모터스를 2016년 자회사로 편입해 코코의 보급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탈(脫)식품’ 가속화
유통·식품업계에서는 프레시 매니저를 기반으로 라스트 마일 물류체계를 구축한 hy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메쉬코리아 등 다른 라스트 마일 물류 업체들이 라이더 구인·관리에 애를 먹고 있지만 hy는 1만 명 넘는 로열티 높은 프레시 매니저를 두고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콜드체인 배송이 가능하다는 것도 오토바이가 따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퀵커머스 시장이 성장할수록 hy 물류시스템의 가치가 더 부각될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hy도 이런 점을 고려해 프레시 매니저를 자사 제품 판매창구로 국한하지 않고 있다. 이들을 활용한 기업 간 거래(B2B) 물류 서비스 ‘프레딧 배송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hy가 보유한 600여 개 물류거점과 냉장 카트 등 전국에 구축된 콜드체인 배송 인프라를 다른 회사에 제공하는 물류 대행 서비스다.

2017년 선보인 전문 온라인몰 ‘프레딧’의 매출도 2017년 70억원에서 지난해 700억원으로 4년 만에 10배로 늘었다. 프레딧은 온라인몰에서 주문하면 프레시 매니저가 해당 제품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이다. 판매 중인 1304개의 제품 중 다른 회사 제품 비중이 89%(1161개)에 달한다.

한경제/박종관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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