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제 위축 현상도 너무 뚜렷하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5개월 연속 적자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 들어 쌓인 무역적자가 벌써 255억달러(8월 20일 기준)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한 해 적자(206억2396만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주력 산업의 재고도 급증하고 있다. 26개 주요 석유화학회사의 상반기 재고는 전년 동기보다 71%나 불어났다. 철강(66%) 정보기술(IT·60%) 등도 늘어나는 재고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과 실물의 복합위기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더 깊어질 전망이다. 원화 약세의 핵심 요인인 미국 금리 인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주 공개한 7월 FOMC 의사록을 통해 9월에도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내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더라도 한·미 금리 역전이 더 심화돼 원화 추가 약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내외 여건도 악화하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6%대의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했고, 이런 임금발 인플레이션 압력은 원화가치 추락의 촉진제가 될 것이다. 스리랑카를 필두로 확산 중인 신흥국 위기도 잠재적 뇌관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블록화하는 세계 경제 여건에서 ‘환율 상승=경제 호재’라는 일반론은 옛말이다.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수출이 0.03% 늘지만 수입이 3.6% 증가해 무역적자가 확대된다는 분석(무역협회)도 나와 있다.
자유변동환율제라고 하지만 어느 나라나 통상마찰이 없는 범위에서 적정 통화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문제 인식과 움직임에는 긴박감을 느끼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환율 상승과 무역적자 등의 대내외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심각한 위기가 진행되는데 여전히 원칙론에서 헤매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복합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총체적 대응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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