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의료기관인 경기도의료원 소속 6개 병원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노조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경기도 및 의료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재유행 중인 가운데 파업이 강행되면 당장 다음달부터 대규모 ‘의료 공백’이 빚어질 전망이다.
23일 경기도에 따르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산하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지부가 경기도의료원과 임금 인상, 인력 수급 등의 합의가 결렬될 경우 다음달 1일 오전 7시 전면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경기도의료원은 지방의료원법에 따라 경기도가 운영하는 지역거점 병원이다. 민간 종합병원에 가기 힘든 도내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한다. 경기도의료원 산하에는 수원, 의정부, 포천, 파주, 이천, 안성병원이 있고 중환자 병상 49개를 포함해 총 800여 개 공공병상 중 400여 개가 가동 중이다.
6개 병원노조는 총파업을 위한 찬반투표를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진행하고 있다. 조합원은 의사 직종을 제외한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행정 및 원무직 등 1400여 명으로 도내 중대형 종합병원 한 곳 수준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노조는 24일 개표 결과를 보고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파업 강행 시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투석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인력을 제외한 700~800여 명이 파업에 참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 치료와 중환자실, 외래 환자 진료 등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150여 명의 인력 충원과 전년 대비 7.6% 임금 인상이다. 코로나19 시기 공공의료 기관의 중요성을 절감했음에도 의료원의 예산, 인력 권한을 가진 경기도가 수익성 기준으로 경영평가를 하고, 인력 충원에도 소극적이었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노조 관계자는 “인구 120만 명이 넘는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의 병상 수는 170여 개로 현 수준대로라면 일반 환자를 거의 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기본적 공공의료 업무를 위해서라도 병상 확보와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병원 업무 강도가 높아졌고, 인력 이탈이 발생하면서 이번 사태가 빚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6개 병원에선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2년7개월간 100여 명의 인력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6개 노조 대표지부장인 이원섭 보건의료노조 수원병원지부장은 “정부가 간호인력 충원 시 건보료 재정 등을 통해 인건비를 보전받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음에도 경기도는 추가 채용한 인원을 ‘총액 인건비’에 집어넣는 등 무책임한 행정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지자체출자출연법(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원칙에서 벗어난 인력 충원 및 임금 인상이 무리라는 입장이다. 인건비가 늘어나면 경영 평가상 불이익을 받고, 경영평가 결과가 나쁘면 인력·예산 관련 불이익을 받는 평가체계를 공공의료원에 적용하는 게 무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의료원 관계자는 “지난 5월 코로나 전담병원 해제 이후 아직 병상과 외래환자 수에서 여유가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파업까지 가지 않도록 노조와 최대한 타협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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