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LG트윈타워는 한때 중국 경제 성장의 동력원이 모여 있는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에 우뚝 자리했다. 2005년 당시 LG그룹은 총 4억달러(약 4600억원)를 들여 톈안먼 광장 동쪽 핵심 업무지구에 연면적 지하4층~지상 31층 빌딩 2개 동을 세우고 중국 사업 전초기지로 활용했다. 여의도 LG트윈타워를 꼭 닮은 이 건물은 LG그룹이 매각한 다음 리모델링 후 최근 건물명을 '후이징트윈타워'로 바꿨다.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세운 베이징현대자동차 1공장은 중국 전기차 회사 리샹이 인수해 내년부터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때 중국 고객이 일변도였던 한국 화장품 수요도 줄어들면서 현지 연례 쇼핑축제 판매 순위권에서 이탈하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무역적자보다는 수교 이래 심화하는 대중 반도체 수출 쏠림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빠르게 기술추격을 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차이나 리스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내놓은 '산업별 대중 수출의존도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대중 수출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산업이 바로 반도체였다. 2000년 반도체 산업의 대중 수출 비중은 3.2%였지만 지난해 39.7%로 급증했다.
대한상의는 "국내 고부가가치 산업의 대중 의존도 증가는 역으로 말하면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졌을 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라면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기술혁신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전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이 자국 기업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을 내걸어 메이디·거리전기·하이얼 등 현지 가전업체를 키워내 한국 기업이 타격을 입었다. 가전뿐 아니라 자동차와 화장품, 디스플레이 산업 등도 맥을 못추고 있다. 중국이 노골적 '베끼기'를 넘어 한국 주력 산업을 빠르게 추격해 사실상 거의 따라잡거나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이 '반도체 굴기'를 부르짖고 있어 자칫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인력과 기술 빼가기를 통해 중국이 노하우를 흡수해왔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중국 후발 주자가 위협적으로 따라오고 있고, 파운드리에서는 TSMC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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