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교과서' 세라젬…'홈 헬스케어 가전' 최강자 도약

입력 2022-08-24 15:47   수정 2022-08-24 15:48


세라젬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해 6671억원(연결 기준)의 매출을 올려 2년 만에 외형을 2배로 키우는 등 홈 헬스케어 가전 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수년간 업계 부동의 1위였던 바디프랜드(5913억원)도 추월했다.
○역대 최고 실적, 업계 1위 도약
세라젬의 ‘성공 스토리’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혁신의 결과물이다. 관련 업계에선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성공 사례로 등장해도 손색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환성 세라젬 회장은 철저히 소비자 중심의 사고로 무장하도록 조직 DNA를 완전히 바꿨다. 이 과정을 맡을 책임자로 외부 명망가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세라젬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40대 이경수 대표를 선임한 것도 이 회장이 둔 ‘신의 한 수’다.

세라젬이 홈 헬스케어 가전 시장에 뛰어든 것은 1998년이다. 이 회장이 개발한 침대형 척추 의료기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안전관련통합인증(CE), 중국 식품의약품관리총국(CFDA) 등 각국 보건당국으로부터 4~12개 분야 효능을 인정받았다.

해외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은 세라젬은 2018년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세라젬은 안마의자가 주류인 국내 홈 헬스케어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대리점 영업 중심이던 기존 조직과 별도로 직영, 체험, 소비자 중심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신생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이 회장은 세라젬에 사원으로 입사해 중국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이경수 신임 대표에게 인사, 재무, 기획 등 거의 모든 것에서 전권을 줬다. ‘제2의 창업’이나 다름없었다.
○“A부터 Z까지 오로지 고객”
이 대표는 2018년부터 불과 2~3년 만에 약 500명의 임직원을 뽑았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웰라이프’를 만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조직 구성원도 새로워야 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직 문화와 경영 시스템을 일신했다. 이 대표는 새로운 홈 헬스케어 솔루션 창조라는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차별화한 고객 중심의 서비스 구축,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적 디자인을 강조했다.

세라젬은 제품력에 관한 한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그런 만큼 체험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웠다. ‘웰카페’라는 체험형 카페를 전국에 열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온 소비자가 매장에 고급 인테리어처럼 전시된 V6 등 세라젬의 의료가전을 마음껏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세라제머’로 불리는 매장 직원의 제1원칙은 ‘체험 권유하지 않기’다.

철저한 고객 관리를 위해 세라젬은 2020년부터 제품 설치·배송, 사후관리(AS), 고객 상담 서비스에 직영 체제를 도입했다. 국내 어느 지역에서 서비스받더라도 일관된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세라젬은 지난해에만 900여 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했는데, 이 중 60%가량이 서비스 인력이다. 올해도 채용 예정 인원 700명 중 상당수를 서비스직으로 충원할 계획이다. 전문 교육을 받은 서비스 직원이 직접 응대해야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세라젬 측 설명이다.
○‘1물 1가’ 전략 고수하는 자신감
체험으로 입소문을 내는 세라젬의 전략은 안마의자가 주류였던 홈 헬스케어 시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TV홈쇼핑에선 100% 환불 마케팅도 진행했다. 써보고 마음에 안 들면 환불해준다는 이벤트다.

수백만원짜리 고가 제품에 이 같은 마케팅 기법을 쓰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홈쇼핑 전문 MD(상품기획자)들조차 반신반의했는데 결과는 대박으로 이어졌다.

‘1물 1가’ 정책도 세라젬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다. 어떤 유통 채널을 통하더라도 같은 가격으로 팔겠다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외형과 내실을 함께 잡겠다는 셈법이었다.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세라젬은 가격 보상책으로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의료기기 기업 최초로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을 받았다. 최고고객책임자(CCO)를 임명하고, CX(Customer Experience) 조직을 신설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세라젬이 승승장구하는 또 하나의 비결은 ‘보텀업’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다. 예컨대 웰카페에서 ‘최초 고객’을 접대하는 세라제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소비자의 관심 사항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파한다. 회사는 미래 비전 ‘셰어링(공유)’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각종 인센티브를 임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도약”
세라젬이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한 6671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은 이 같은 경영 혁신 덕분이다. 이는 1998년 설립한 이후 역대 최대 매출이다. 2020년 3002억원과 비교하면 2배 넘는 증가세다.

국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을 담당하는 전략사업부문 매출은 2018년 208억원에서 2019년 636억원, 2020년에는 185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4964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2018년 대비 2386% 성장한 수치다. 안마의자 시장이 2018년 7500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으로 커진 것을 고려하면 세라젬의 의료가전은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발 빠른 경영 혁신 덕에 세라젬은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라젬은 올 상반기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50%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에 120여 곳을 운영하는 세라젬의 직영 체험매장 웰카페는 지난 5, 6월 43만6000명이 다녀가 전년(약 19만 명) 대비 체험 고객 수가 120% 증가했다.

세라젬은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서도 직영 체제로 전환 중이다. 최종 목표는 글로벌 헬스케어 플랫폼이다. 세라젬 관계자는 “가정용 의료가전 시장은 아직 뚜렷한 강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등 팬데믹(대유행)을 경험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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