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4일 13: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국내 벤처캐피탈(VC) 계열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소프트뱅크벤처스)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손태장 미슬토 회장에 팔린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손태장 미슬토 회장에 회사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프트뱅크코리아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지분 전량이다.
예상 거래 가격은 2000억원 안팎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순자산은 1208억원이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이다.
2000년 설립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국내에서 활발한 투자활동을 해온 VC다. 올 1분기 기준 10개의 벤처펀드를 운용 중이다. 운용자산(AUM)은 2조2000억원이다. 주로 시드, 시리즈A 단계의 초기 기업에 투자한다. 아이유노미디어·네이버제트(제페토 운용사)·소다 등이 대표 포트폴리오다. 초기 투자한 하이퍼커넥트(2조원), 래디시(5000억원) 등이 지난해 각각 매치그룹과 카카오에 매각되면서 '잭팟'을 거두기도 했다.
소프트뱅크 본사가 알짜 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매각하는건 대표 펀드인 비전펀드의 부진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프트뱅크는 2분기에 3조1천627억엔(약 30조5천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적자였다. 이 중 91%가 비전펀드를 통해 투자한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외부 투자자(LP)의 자금으로 운용하는 일반적인 펀드 구조와 달리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의 자기자본 출자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현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손 회장에게 인수를 제안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측은 앞서 신세계 등 국내 주요 대기업과 사모펀드 등에 매각 의사를 타진했지만, 전부 무산됐다. 지난달 신세계와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가 직접 나서 손 회장에게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은 손정의 회장의 막내동생으로 열 다섯살 터울이다. 도쿄대에 재학 중이던 23살에 손정의 회장이 구상하던 야후재팬 설립에 참여했고, 1998년 소프트뱅크 내에서 게임사인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겅호) 창업을 주도했다. 겅호가 일본에 서비스한 한국 게임 라그나로크가 현지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2005년엔 오사카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손태장 회장도 2조원대 부호 반열에 올랐다. 이후 2013년 싱가포르에서 벤처캐피탈인 미슬토를 창업해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젊은 초기 사업가들을 교육하는 일에 매진해왔다. 국내 에듀테크 기업인 클래스팅에 투자하며 국내 창업자들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손 회장이 인수자로 나서면서 이번 M&A의 걸림돌로 꼽혔던 핵심 운용역들의 이탈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소프트뱅크벤처스가 발굴한 초기기업에 소프트뱅크 본사가 비전펀드를 통해 후속 투자하는 등 본사와의 유기적인 협업이 이 회사의 장점으로 꼽혀왔다. 신세계와의 협상 당시 '소프트뱅크' 브랜드 이탈을 우려한 직원들이 퇴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측은 "현재 매각 논의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차준호 / 김채연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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