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등 5년간 유출된 핵심기술 지식재산권 22조 규모 [김진원의 머니볼]

입력 2022-08-24 15:34   수정 2022-08-24 16:00


OHT(천장대차장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의 핵심 설비입니다. 웨이퍼 등 정밀도가 중요한 소형물체를 집어 올려 공장 천장에 구축된 레일을 따라 이송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연매출 1조5500억원 규모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회사 A사로부터 OHT 설계도면 등 기술자료를 빼돌린 뒤, 일본을 통해 중국으로 유출을 시도한 A사 임원과 브로커, 협력사 대표 등 일당 7명이 최근 특허청과 국가정보원, 대전지검 합동수사로 적발됐습니다.

반도체 장비업계에서는 해당 기술이 유출됐을 경우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한 금액을 포함한 115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재위, 지식재산 보호정책 협의회 개최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관계부처가 합동 대응에 나섰습니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재위)는 특허청, 국정원, 경찰청, 산업통상자원부 등 10개 부처 합동 ‘지식재산 보호정책 협의회’를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24일 열었습니다.

지식재산 유출로 인한 피해 규모는 급격하게 커지고 있습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관련 경제적 피해액은 과거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20조원 규모에서 최근 3% 수준인 연간 최대 60조원 규모까지 커졌습니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검·경 및 관계부처 합동수사로 지난 5년간 ‘산업기술’ 유출 사건 99건을 적발했습니다. 산업기술은 산업발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첨단기술입니다.

또 국가안전보장 및 국민경제발전에 중요해 별도로 지정된 71개 ‘국가핵심기술’ 중 33개 기술도 해외 유출이 시도됐습니다. 해당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들이 해외로 빠져나갔을 경우 한국 경제가 입을 피해 규모는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정원 관계자는 “미국 중국과 같은 주요국이 기술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 등 핵심 전략기술 관련 지식재산 보호제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외국 기업의 한국 특허 공격 및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해 범부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허청 등 관계부처, 지재권 보호 적극 추진

현재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 영업비밀 등 지식재산 보호에 가장 적극적인 부처는 특허청입니다. 특허청은 2019년 3월 특허·영업비밀 유출 수사를 전담하는 기술특별사법경찰(기술경찰)을 출범했습니다. 작년까지 3년간 476건의 사건을 맡아 888명을 형사입건 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최근에는 기존의 수사 범위인 특허·영업비밀 외에 다양한 산업기술 유출 사건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특허 유출 사건 수사 중 해당 기술이 산업기술에 해당할 경우 검·경으로 사건을 이첩해야 했습니다.

또 최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경법)이 개정됨에 따라, 기술을 무단으로 유출한 뒤 삭제 및 반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부당하게 보유하는 경우(무단유출·부당보유)도 특허청 기술경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특허청은 또 작년말부터 KT, LG이노텍 등 대기업 및 협력사와 함께 영업비밀 보호체계 구축을 위한 상생협약도 체결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 대응을 위해 경찰청과 국제공조수사를 진행했습니다. 47개 저작권 침해 사이트의 운영자 및 대량등록자 207명을 검거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비밀유지계약을 의무화하고 기술유출·탈취 등으로 인한 손해 발생시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추진 중입니다. 관세청은 반도체 장비, 2차전지 등 기술유출 범죄 단속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재위 관계자는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첨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연구 개발 과정에서부터 지식재산의 탈취·유출을 막아야 한다”며 “지식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아이디어와 부처간 협력 방안을 활발히 논의해 구체화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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