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책으로 정부가 꺼낸 카드가 메가펀드다. 신약 개발 자금을 넉넉히 대줘서 돈 걱정 없이 연구개발(R&D)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5000억원을 조성한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1000억원씩 2000억원을 대고 민간에서 3000억원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펀드 자금의 60%는 후기 임상에 진입한 후보물질에 투자한다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메가펀드가 출범해도 탄탄대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후기 임상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한 업계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투자 대상 선정이 쉽지 않은 데다 펀드 규모가 작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최종 임상단계인 임상 3상에 갈 수 있는 후보물질을 갖고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이다. 반면 자금 여력이 없는 바이오벤처 중에선 후보가 별로 없다. 게다가 성적도 시원찮다. 글로벌 임상 3상에 도전한 헬릭스미스 신라젠 비보존 메지온 등은 모두 ‘성공’ 문턱을 넘지 못했다.
후기 임상은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항암제의 임상 3상에는 수천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5000억원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많아야 서너 개다. 특혜 논란이 나올 게 뻔하다.
상장 문이 닫히자 바이오 비상장사들은 투자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 투자자로선 자금 회수를 장담할 수 없게 됐으니 비상장 바이오기업에 투자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메가펀드도 결국 이런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이오 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을 뛰어넘는 유망 산업이다. 부가가치도 높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은 30~40%를 넘는다. 이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유일한 수단은 블록버스터 신약이다. 메가펀드 아이디어가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산업 생태계 뒷받침 없이는 공염불일 뿐이다. 바이오 창업 도전이 식지 않고, 기초연구가 꺾이지 않는 환경과 제도를 정비하는 게 우선이다. 후보물질이 똘똘하기만 하면 메가펀드 없이도 수천억원, 수조원의 돈이 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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