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 과소비 부른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전면 쇄신해야

입력 2022-08-24 17:16   수정 2022-08-25 07:36

정부가 그제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 첫 회의를 열고 건보 재정 수술에 나서기로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음파·MRI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과잉 의료 이용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재평가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우리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 5.9회) 중 가장 많은 데다 의료 이용량이 많은 고령층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케어’로 대변되는 지난 정부의 건보 보장률 확대 정책은 재정 적자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보험 급여 항목을 대폭 늘리면서 의료 쇼핑, 과잉 진료 등 도덕적 해이가 퍼져 건보 재정 누수가 극심해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연간 150회 이상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19만 명에 달한다. 외래 횟수가 2000회에 달한 환자도 있다. 여기에 일부 병원은 ‘MRI 검사비 할인’ 등의 광고를 내걸고 과잉 진료를 부추기고 있다. 이로 인해 문재인 케어를 대표하는 초음파·MRI 진료비는 건보 적용 첫해였던 2018년 1891억원에서 지난해 1조8476억원으로 3년 새 10배로 늘어났다. 이처럼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면서 건보 적립금은 2029년 완전히 소진된 뒤 매년 수십조원씩 적자가 쌓여 2050년엔 누적 적자가 25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뒤늦게라도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수술대에 올리고 건보 지출구조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양적 기반의 행위별 수가제와 경증 질환자의 낮은 본인 부담으로 의료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 의료 환경을 혁파하고, 이를 통해 아낀 돈으로 필수 의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게 과제다.

우선 소수 경증 질환자의 의료 과소비를 막아야 한다. 환자 개인별 의료 이용량을 분석해 같은 병명으로 병원에 자주 가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공급 측면에선 의료 서비스 질에 따라 비용을 가감하는 성과연동 지불제 확대를 보완책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건보 재정 국고 지원 관련 법 개정도 시급하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20에 상당하는 돈을 국고에서 지원토록 하고 있는데 이 일몰제 규정이 올해 말 사라진다. 이참에 지속 가능한 건보 재정을 위한 실효적인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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