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B, 첫삽 언제 뜰지 기약없어…"A노선 조기 개통도 꿈같은 얘기"

입력 2022-08-24 17:29   수정 2022-08-25 01:55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노선의 민간 사업자 선정이 불발되자 건설업계에서는 ‘예고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대 지하 60m까지 파고 들어가는 대심도(大深度) 터널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국내 건설회사가 10곳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사업비까지 낮게 책정된 탓에 상당수 건설사는 시공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GTX-A 노선 역시 정부가 통상적인 공기(工期)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조기 개통 계획을 발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GTX-B, 연내 사업자 선정 불발
24일 업계에 따르면 GTX-B 노선 재정 사업 구간(서울 용산~상봉)은 총 4개 공구(1·2·3·4공구)로, 모두 턴키(설계·시공 일괄 수주) 방식으로 발주됐다. 이 중 1, 2, 3공구가 지난 23일 국가철도공단이 시행한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에서 대우건설과 DL이앤씨, 현대건설만 단독 응찰해 유찰됐다. 4공구에는 한화건설과 KCC건설이 참여해 유효 경쟁이 성립됐다.


업계에서는 “GTX-B 노선 재정 사업 구간 유찰은 진작부터 예견돼 왔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GTX 구축 같은 대규모 철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건설사는 시공 경험이 있는 10곳 안팎에 불과하다. 한 대형 건설사 토목 담당 임원은 “철도 건설 사업에 잔뼈가 굵은 대형 건설사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전례도 없다”고 했다. 2공구에 참여한 DL이앤씨는 A 노선 사업자고, 3공구에 도전한 현대건설은 C 노선 우선협상자여서 그나마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2공구는 GTX-A 서울역 구간, 3공구는 GTX-C 청량리역 구간과 겹친다.

업계에선 공사비가 턱없이 낮게 책정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와 철도공단은 건설 자재 값 상승 등에 맞춰 공구별 공사비를 당초 계획보다 약 10%씩 증액했지만, 건설사들은 이마저도 턱없이 낮다고 보고 있다.

GTX-B 노선의 개통은 2030년으로 예정돼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재정 사업 구간은 연내 사업자 선정 후 내년 하반기에는 첫 삽을 떠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재정 사업 구간 사업자 선정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민자 구간(인천 송도~용산, 용산~경기 남양주시 마석)의 사업자 선정도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GTX-A, 2024년 6월 개통 어렵다”
GTX-A 노선의 현재 공정률은 40% 수준이다. 통상 1년마다 20% 정도 공정이 진행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일러야 2025년 하반기는 돼야 개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관측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GTX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하자 국토부는 지난 16일 주거 안정 대책을 발표하면서 GTX-A 노선을 2024년 6월에 조기 개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민간 사업의 공기를 정부가 무턱대고 앞당기는 건 적절치 않을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추진 중인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삼성역) 건설도 늦어지고 있어 GTX-A 전 노선 조기 개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GTX-A, C 노선이 정차하는 광역복합환승센터의 준공 시기는 당초 서울시 계획(2023년)보다 5년 늦은 2028년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당초 국토부는 삼성역 무정차 통과라도 가능한 2025년에야 GTX-A 노선을 파주시 운정~서울역 구간과 수서역~화성시 동탄 구간으로 나눠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3기 신도시 등의 여론을 의식해 GTX 개발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며 “GTX-A 노선은 최악의 경우 SRT(수서고속열차) 선로를 공용하는 수서역~동탄 구간만 2024년 선개통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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