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을 다스리는 음악의 효능은 일찍이 로마 가톨릭교회도 알고 있었다. 교황 그레고리오 1세가 기원후 6세기에 걸쳐 발달한 예배음악을 집대성한 그레고리오 성가는 기도를 음악으로 표현한 최고의 작품이다. 역사적으로 그레고리오 성가가 번창한 시기에는 종교적 열정도 함께 높았고, 종교적 열정이 저조할 때는 성가의 인기도 쇠락했다고 한다. 이러한 동조화 현상을 근거로, 근래에 그레고리오 성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양상으로부터 기독교인의 신앙심이 두터워지리라 예측하기도 한다.
4대 성인으로 존경받는 공자는 예(禮)와 악(樂)을 중요한 수련 방법으로 삼았다. 예가 사람 사이에 조화를 이루기 위한 행동 지침이라면, 악은 그에 걸맞은 내면을 다질 훈련 도구다. 정서적 공감이 동반돼야 행동에 진실성이 실리는 법이다. 예와 악의 ‘화음(和音)’이 중요한 이유다.
보고 듣고 느끼는 세상과의 소통은 모두 뇌 인지 과정의 결과물이다. 공기의 진동이 고막에 전달돼 진동을 일으키고, 그 패턴이 내이(內耳)의 와우(蝸牛·달팽이관)에서 상응하는 전기 신호로 바뀌어 뇌에 전달되면 인지 과정을 거쳐 비로소 음악을 인식한다.
음악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도 한다. 만성 통증 치료에 음악을 적극 도입해 호전을 이끈 사례가 다수 있다. 신체적 통증과 더불어 이에 수반한 우울증도 효과적으로 감소됐다. 이때 치료사가 제공하는 음악보다는 환자가 선택한 음악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실제로 음악 치료 시 환자의 뇌를 자기공명장치로 측정해 보면, 만성 통증을 억제한다고 알려진 뇌 회로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학술원의 학술지 PNAS에 음악에 따라 13가지 정서적 경험이 유도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바로크 음악과 록 음악이 매우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함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단순한 소음이 통증을 완화하는 기전에 비해 복잡한 음악이 정서 및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은 차원이 다른 현상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실험 동물이 음악을 이해하는지, 바흐와 모차르트 음악을 구분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동물 실험은 당분간 어려울 듯하다. 음악과 뇌의 관계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잘 소개한 대니얼 레버틴 캐나다 맥길대 교수의 책 (뇌의 왈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박, 장호연 옮김)을 추천한다.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前연구단장, 에스엘바이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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