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추석 물가가 장바구니를 짓누르면서 차례상차림 문화도 바뀌고 있다. 직접 제수용품을 구입해 음식을 준비하는 대신 밀키트나 간편식을 이용해 차례상을 차리는 가정이 느는 분위기다. 전문적으로 차례 음식을 제공하는 업체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따로 장을 봐서 차례상을 차리는 것보다 전문업체를 이용하는 쪽이 비용이 적게 들어서다.
품목별로는 밤과 쌀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과일류는 길었던 장마 여파로 과실이 갈라지는 ‘열과 현상’ 등의 피해가 있었고 당도가 낮아지는 등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올랐다. 채소류 가격은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급등했다. 지난해 조사 때 1개 1000원이던 애호박은 3000원으로, 배추는 1포기 7000원에서 1만 원으로 가격이 각각 올랐다. 밀, 팜유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소면과 밀가루, 약과 등의 가격도 상승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지난해보다 상차림 가격을 3~4%가량 올렸는데도 직접 차리는 것보다 저렴하다며 주문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60대 이상 노부부나 20~30대 젊은 주부 등 가족이 적은 집들의 구매가 많다. 차례상은 주문하고 가족들끼리는 티타임을 하거나 산책을 즐기는 등 달라진 명절 트렌드도 예약이 늘어난 요인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자체브랜드(PB)인 피코크 제수음식 매출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대비 지난해 추석에는 11.1%로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SSG닷컴 매출 역시 추석에 86%가 뛰었다. 유통업체들은 올해는 차례용 간편식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파주에 사는 주부 김모 씨(52)도 전이나 꼬치류 등 올해 제수용품 일부를 대형마트에 미리 만들어진 제품을 구입하기로 했다. 김 씨는 “차례용품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집 근처 재래시장에 들렀다가 ‘악’ 소리를 날 정도로 놀랐다. 대부분 식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서 뭘 집으려 해도 손이 잘 안 가더라"고 푸념했다. 김 씨는 "상차림에 품을 많이 들이고 비용도 많이 지불할 바엔 저렴한 간편식으로 대체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처음으로 사 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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