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올해는 사서 할까요?"…추석 차례상이 바뀐다

입력 2022-08-24 22:00  

부산에 사는 주부 방모 씨(67)와 아들 부부인 진모 씨(32)·이모 씨(35) 부부는 올해 차례 음식을 대행업체를 통해서 구입하기로 했다. 최 씨는 최근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황태포 등 음식 재료를 미리 준비하려 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다. 방 씨는 “사과나 시금치, 양파, 대파 등 과일과 채소, 고기까지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면서 “차례상 음식 수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는데 비용은 작년보다 배로 들 것 같아 고민했는데 아들 부부가 업체에 맡기자고 권유해 왔다”고 전했다.

치솟는 추석 물가가 장바구니를 짓누르면서 차례상차림 문화도 바뀌고 있다. 직접 제수용품을 구입해 음식을 준비하는 대신 밀키트나 간편식을 이용해 차례상을 차리는 가정이 느는 분위기다. 전문적으로 차례 음식을 제공하는 업체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따로 장을 봐서 차례상을 차리는 것보다 전문업체를 이용하는 쪽이 비용이 적게 들어서다.
시장 30만1000원·마트 40만8420원
24일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차례상 품목 구입 비용(4인 가족 기준·35개 품목) 조사 결과 전통시장에서는 30만1000원이 필요해 지난해 추석 때보다 2만6500원(9.7%)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에서 식자재를 구입할 때는 40만8420원이 들어 지난해보다 2만4600원(6.4%)이 더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비용 차이는 10만7420원으로 전통시장이 35.6% 더 저렴했다.


품목별로는 밤과 쌀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과일류는 길었던 장마 여파로 과실이 갈라지는 ‘열과 현상’ 등의 피해가 있었고 당도가 낮아지는 등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올랐다. 채소류 가격은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급등했다. 지난해 조사 때 1개 1000원이던 애호박은 3000원으로, 배추는 1포기 7000원에서 1만 원으로 가격이 각각 올랐다. 밀, 팜유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소면과 밀가루, 약과 등의 가격도 상승했다.
대행업체 가격 23만~30만원선
반면 차례 음식 대행업체의 제공 가격은 23만~30만원선이다. 부분적으로는 전통시장을 통해 장만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시장에서 대량으로 재료를 사다가 음식을 하기 때문에 좀 더 싸게 음식을 공급할 수 있어서다. 서울 송파구의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대비 차례상 주문이 20% 가량 많다“며 ”명절이 다가올수록 주문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자들이 장바구니 물가가 너무 올라 예약했다고들 한다"고 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지난해보다 상차림 가격을 3~4%가량 올렸는데도 직접 차리는 것보다 저렴하다며 주문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60대 이상 노부부나 20~30대 젊은 주부 등 가족이 적은 집들의 구매가 많다. 차례상은 주문하고 가족들끼리는 티타임을 하거나 산책을 즐기는 등 달라진 명절 트렌드도 예약이 늘어난 요인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밀키트'로 '간편'하게 차리기도
차례용 간편식과 밀키트 선호 현상도 나타난다. 간편식이 명절 음식을 대체하는 트렌드는 이미 2년전부터 포착돼 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예전처럼 많은 인원이 모여 차례를 지내기가 올해도 쉽지 않아지면서 음식 양을 줄게 되었으며 각종 제수용품의 가격 또한 상승하면서다. 많은 양을 차리는 게 미덕이던 문화가 사라지고 명절 음식 또한 필요한 만큼 사먹는 게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자체브랜드(PB)인 피코크 제수음식 매출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대비 지난해 추석에는 11.1%로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SSG닷컴 매출 역시 추석에 86%가 뛰었다. 유통업체들은 올해는 차례용 간편식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파주에 사는 주부 김모 씨(52)도 전이나 꼬치류 등 올해 제수용품 일부를 대형마트에 미리 만들어진 제품을 구입하기로 했다. 김 씨는 “차례용품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집 근처 재래시장에 들렀다가 ‘악’ 소리를 날 정도로 놀랐다. 대부분 식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서 뭘 집으려 해도 손이 잘 안 가더라"고 푸념했다. 김 씨는 "상차림에 품을 많이 들이고 비용도 많이 지불할 바엔 저렴한 간편식으로 대체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처음으로 사 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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