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신설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건전성이 급락하는 것을 방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될 경우 회계상 이익 증가에 따른 보험사의 ‘과다 배당’이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5일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10차 회의를 열고 IFRS17 도입 이후 준비금 적립방안을 논의했다. 금리 변동에 따른 보험사의 해약환급금 부족액을 이익잉여금 내 해약환급금 준비금(법정준비금)으로 적립토록 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할 경우 보험사가 적립하는 보험부채가 감소해, 보험계약 해약시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금액인 해약환급금(원가 평가)에 미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해약환급금 부족액은 자본으로 인정된다. 보험부채 감소→자본(이익잉여금) 증가→(주주)배당가능이익 증가→주주 배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이렇게 해약환급금 부족액이 지속적으로 사외 유출될 경우, 보험사가 실제 적립한 보험부채가 부족해 계약자에게 해약환급금을 지급하지 못하게될 수 있다. 해약시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임에도 별도의 적립 의무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는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새로 만들었다. 이 법정 준비금은 배당가능 이익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해약환급금 부족액의 사외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실제 돈을 더 번 것이 아니라 ‘회계상 이익’이 증가한데 따른 배당 부담 확대를 피할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만큼 배당받을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약자 배당은 변동이 없다"며 "주주배당의 경우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보증준비금 운영방안도 발표했다. 현재 부채 항목으로 적립하고 있는 보증준비금을 이익잉여금 내 법정준비금으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보증준비금이란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 등의 상품에서 투자실적이 저조해도 일정 수준 이상 보험금·환급금을 지급하기 위해 적립하는 준비금을 뜻한다.
보험사가 기존에 부채로 적립한 보증준비금과 장래에 수취할 보증수수료를 보증준비금으로 쌓으면, 해약환급금 준비금과 동일하게 법정준비금으로 설정돼 사외 유출이 제한되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논의사항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며 “IFRS17 시행에 따른 영향분석과 업계 준비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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