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 발등 찍나…"이대로라면 전기차 보조금 아무도 못 받아"

입력 2022-08-25 16:19   수정 2022-09-24 00:01


미국이 중국산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결국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IRA에 따라 북미산 재료를 쓴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향후 10년 내로 해당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전기차 모델이 없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30년 이후엔 전 세계 모든 전기차가 미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사라진다. 미 전기차 제조사 협회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 모델은 총 72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IRA에 따라 올해 남은 기간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게 될 전기차 모델은 21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웰즐리 칼리지의 제이 터너 환경학 교수는 "미 재무부가 법을 엄격하게 해석 및 적용하면 실제로는 모든 전기차가 보조금 수급 자격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기차에 요구되는 북미산 배터리 원자재(광물)의 비중은 2024년 50%부터 2027년 80%까지 해마다 10%포인트 늘어난다. 배터리 부품(소재)의 북미산 비중 규정은 한층 더 빡빡하다. 2024년 60%에서 매년 10%포인트 증가해 2029년 100%가 된다.

이와 관련해 FT는 "배터리 소재와 광물의 원산지 관련 제한 규정이 미국 산업 전반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했다. 현재 미국 전기차 제조사들도 중국산 광물 및 소재 의존도가 워낙 커서 해당 보조금 규정을 충족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에서 코발트 73%, 니켈 68%, 리튬 59%, 구리 40%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주요 정제사업자다. 소재 부문에서도 70~80%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다만 북미산 원산지 규정 등 여러 제약 조건들로 인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FT는 지적했다. 미국 내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에 140억달러 투자를 발표했던 포드 등이 대표적인 IRA 찬성론자다. 포드 측은 "전기차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 요건들을 하룻밤 사이에 모두 달성 가능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법안은 우리가 공유하는 국가 기후 목표를 달성하고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낙관적인 또 다른 이유는 '한 브랜드당 보조금은 누적 20만대까지만 지급한다'는 제한이 걸려있던 종전의 세액 공제 제도 하에서도 전기차 판매가 계속 늘었다는 판단에서다.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는 각각 2019년, 2020년 전기차·PHEV 보조금 지급 누적 대수가 20만대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최근 2~3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와 GM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이 같은 누적 판매대수 관련 상한선은 이번 IRA에서 폐지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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