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대학 수가 24개나 됩니다. 교육받은 사람의 수가 적은 것이 아닙니다. 충분한 양성이 이루어지고도 이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충교 벤처기업협회 부산지회협회장은 25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20회 벤처썸머포럼 기자간담회에서 “허리를 이루는 인재들이 수도권에 먼저 간 선배나 동료들에 의해 스카우트까지 되는 상황”이라며 “지역 창업기업들이 힘겨운 악순환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 협회장을 포함해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 등 벤처업계 인사 10여 명이 참석했다.
정 협회장은 문제점이 투자 유치의 불확실성에서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부산에서 많은 기업이 창업되고 있지만 5년 이상을 버티기가 힘들다”며 “결국 자본이 필요한데, 수도권 투자자들과 정기적인 투자 설명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 “부산에 국제금융센터가 생겨 정부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데, KDB산업은행이 빨리 본사 이전을 마무리해서 금융 지원을 늘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히든 챔피언’ 기업의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히든 챔피언 기업은 대중에게 인지도는 낮지만, 시장점유율이 높은 강소기업을 뜻한다. 고 협회장은 “코로나19 백신은 설립된 지 10년인 모더나가 만들었고, 100년 넘은 기라성 같은 자동차 기업을 제치고 테슬라가 가장 큰 혁신을 이루고 있다”며 “생태계만 잘 꾸리면 10년 안에 히든 챔피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국내에서만 1000개가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벤처 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분희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국내 벤처기업 3만7000여 개 중 여성 벤처기업 수가 4104개로 1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며 “전체 인구의 반이 여성인 상황에서, 여성벤처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펀드 조성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태펀드 감액과 관련해선 방향성엔 공감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은 “정부가 모태펀드를 무한정 늘릴 수 없고, 민간이 주가 되면 투자 시장이 더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영하 협회장은 “한꺼번에 예산을 반으로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이영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행사장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내년도 모태펀드 예산안이 절반까지도 감액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강 회장은 “벤처 생태계는 인수합병(M&A) 시장의 비활성화, 창업 안전망 미비, 수도권 초밀집 현상 등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규제 혁신을 할 수 있는 정부 컨트롤타워 마련, 모태펀드 활성화 등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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