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만명 유튜브 팔고 창업…세계 향해 미친 도전 합니다"

입력 2022-08-25 16:52   수정 2022-09-02 19:20

구독자 183만 명의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 매월 통장에 꽂히는 광고 수익만 1억원이 넘었다. 누적 조회 수는 2억9310만 회에 달했다. 조회 수와 구독자 수는 매일같이 늘어났다. 성장을 계속했다. 한창 잘나가고 있는 것 같은 바로 그때. 신사임당 채널을 만들고 키운 주언규 PD(37)는 ‘툭’ 하고 손에 힘을 뺐다. 최근 그는 채널에 대한 모든 권리를 20억원에 개인투자자에게 매각했다. 그의 명함에 ‘공동창업자(Co-founder)’라는 새로운 직함이 추가됐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유튜브 영상의 제목과 내용, 초기화면(섬네일)을 분석하는 솔루션 회사 에이아이티브를 동업자와 함께 세웠다. ‘새로운 것을 손에 쥐기 위해 우선 들고 있는 것부터 내려놔야 한다’는 어려운 진리를 실천에 옮긴 그는 “세계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안 쓸 수 없는 회사를 세워보고 싶어졌다. 악성 댓글을 다는 모든 사람이 ‘킹정(king+인정·완전히 인정)’할 수밖에 없게 하고 싶다”고 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먹을 게 물밖에 없어”
주 PD의 어린 시절은 넉넉지 못했다. 그는 강원 강릉 출신이다. 그의 집에 교환학생을 왔던 서울의 한 친구는 학교에서 “얘네 집엔 먹을 게 물밖에 없다”며 놀렸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쉬는 시간 친구들의 괴롭힘을 피해 다른 반으로 갔다. 점심시간에는 학교 뒷산까지 올라 시간을 보내다가 왔다. 이때의 경험은 그를 내향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한동안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서 유행하던 성격유형검사(MBTI) 결과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INTP(논리적인 사색가)”라고 조용히 답했다. 183만 유튜브 채널을 키워낸 유튜버로서는 의외의 결과였다.

그의 꿈을 만든 뿌리는 소설이다. 어린 시절부터 소설 읽기를 좋아했던 그는 PD의 꿈을 키웠고, 대학에서 방송영상학을 전공했다. 2011년 한국경제TV에 입사했다. 투자 정보를 전하고 상담 전화를 받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제작했다. 매일같이 수십억원, 수백억원대 자산가를 만났다. 부자들이 사는 법, 부자가 되는 법을 전했다. 그러나 주 PD가 처한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화곡동 빌라 반지하 신혼…“월 1000만원 벌자”
결혼 직후의 삶도 비슷했다. 그는 서울 화곡동 반지하방에서 월세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주말이면 부업으로 영상편집을 하며 매월 200만원을 저축했다. 이때의 경험에 대해 그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부모가 수저겠지만 난 내 수저는 내가 만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월 1000만원씩만 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년간 고통스럽게 모아 종잣돈 4000만원을 마련했다. 동업자의 4000만원을 합쳐 8000만원으로 첫 사업 ‘렌털 스튜디오’를 열었다. 사진·영상 촬영용 공간을 대여해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했던 탓에 월 400만원씩 적자가 이어졌다. 동업자가 먼저 손을 털고 나갔다. 동업자의 투자금은 고스란히 그의 빚으로 남았다. 절박한 마음으로 렌털 스튜디오를 살릴 방법을 찾아 나갔다.

이 과정에서 파고든 건 인터넷 마케팅이다. 입소문이 나며 점차 렌털 스튜디오 사업이 안정을 찾았고, 2호점과 3호점을 열었다. 동시에 인테리어 소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그는 회사를 그만뒀다.
6개의 실버 버튼…시작은 ‘창업 다마고치’
2018년 5월 개설된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의 대표 시리즈 영상은 ‘창업 다마고치(가상 애완동물)’다. 직장에서 막 나와 생계를 걱정하는 친구에게 인터넷 쇼핑몰을 처음부터 시작해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형식이다.

온라인 판매에 적당한 물건을 골라오는 과정부터 포털 검색어를 최적화하는 방법까지 날것으로 전했다. 채널은 요즘 말로 ‘떡상(급상승)’했다. 구독자 수 0명에서 100만 명으로 가는 데 1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콘텐츠 영역은 계속 확장했다. 영상 측면 상단에 신사임당의 약자인 ‘SSID’를 박아 넣었다. 마치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과 같이 자신만의 방송국을 세웠다. 주식 투자 전문가를 불러 시장 상황을 전했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를 불러 점심시간에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때마침 이어진 자산시장의 호황은 신사임당 채널의 성장을 부채질했다.

신사임당 채널을 성장시키며 그가 쌓은 경험은 제2·3의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방식에 적용됐다. 그는 현재 운동정보 전달, 도서리뷰 같은 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키우며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검증하고 있다. 남들은 하나 받기도 힘들다는 ‘실버 버튼’(구독자 수 10만 명 달성 시 유튜브 본사에서 제작해 전달)을 그는 6개나 받았다. 사무실 책장에 줄지어 있는 실버 버튼을 가리키며 “남들이 보면 실버 버튼 수집가인 줄 알겠네요”라며 웃었다.
“남은 인생은 보너스 게임, 미친 도전 하고파”
사람들은 그를 여전히 주 PD라고 부른다. 1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한 회사의 대표 격인 공동창업자지만, 여전히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직업을 뜻하는 PD 명칭을 선호하는 이유를 물었다.

“콘텐츠를 만든다는 업의 본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직원들과 동료 의식을 계속 갖고 가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죠.”

현재 주 PD는 100억원대 자산가다. 경제적 자유를 뜻하는 ‘파이어(FIRE)’를 이미 이뤘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목표로 뒀던 월 1000만원의 수익과 20억원의 순자산은 넘어선 지 오래다. 은퇴 후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삶을 위해 제주도에 집도 마련했다.

주 PD는 그러나 은퇴 시기를 뒤로 늦추기로 했다. 세계인이 쓰는 유튜브 채널에 최적화된 솔루션 회사를 세우기 위해서다.

두산 베어스 팬이라고 밝힌 그는 야구에 빗대어 앞으로의 목표를 설명했다.

“지금부터의 인생은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했어요. 경제적 자유는 이미 달성한 상황이라 무엇을 해도 괜찮을 것 같거든요. 야구 올스타전에서 마치 홈런 타자인 4번 타순 선수를 선발 투수로 보내듯,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조금은 ‘미친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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