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올린 것은 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선 “지금 상황에선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 금리를 올리더라도 당분간 0.25%포인트씩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남은 두 차례 금통위 회의(10, 11월)에서 기준금리를 모두 올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가 올 연말엔 연 3.0%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달 빅스텝을 밟았을 때와 달리 한은이 ‘0.25%포인트씩 인상’에 무게를 두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3%대 후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 유가 하락 영향으로 낮아질 수 있겠지만 근원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음달 미국이 또다시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이번 금리 인상의 한 요인이 됐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상단 기준)의 기준금리는 연 2.5%로 같아졌다. 지난달 28일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이언트스텝에 따라 한·미 간 금리가 0.25%포인트 차이로 역전된 뒤 한 달 만이다. 하지만 Fed가 다음달 시장의 예상대로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 한·미 간 금리는 0.75%포인트 차로 더 벌어진다.
이 총재는 “환율이 오르는 국면에서 왜 우려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환율을 우려하는 것은 환율 수준 자체가 아니라 환율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과 수입 기업의 고충이 심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환율 상승은 달러 초강세라는 대외적인 요인 때문이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유럽과 중국 경기 둔화가 가시화될 경우 향후 금리 인상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금통위 결정문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이전보다 더 두드러졌다. 지난달 금통위는 “세계 경제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성장세가 약화했다”고 평가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 경제의)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됐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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