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25일 사상 처음으로 지난 4, 5, 7월에 이어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에 연 2.5%로 올라섰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한 겁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미래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걸 의미합니다.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포워드 가이던스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지난 5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놨다가 다음 달 이를 번복해 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 총재는 취임 후 포워드 가이던스를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한은이 사상 처음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을 때도 시장이 요동치지 않았던 건 앞서 이 총재가 "빅스텝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내놨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0.25%포인트 인상' 역시 이 총재가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 후 "향후 기준금리는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면서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이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재차 확인했는데요. 그렇다면 이 총재가 의미하는 '당분간'은 얼마 동안의 기간일까요?
이 총재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에 대해 "3개월 시계(horizon)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지금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3개월 이후에 상황에 대해서 얘기하기에는 혼선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총재가 '당분간'을 3개월로 본 것은 현재 통화정책은 물론 한국 경제 및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대외적 주요 이벤트가 향후 3개월 사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총재는 "우선 9월 미국 Fed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 봐야 한다"며 "10월 말 중국 전당대회에서 중국의 리더십이 바뀔지, 바뀐다면 세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구조적으로 결정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럽이 겨울로 들어가면서 석유 가격뿐 아니라 가스 가격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3개월 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예정인 G20 정상회의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정상 간 직접 만남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할 계기가 된다면 세계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반대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고요.
이 총재는 "굉장히 많은 리스크가 앞으로 2~3개월 안에 있다"며 "이 순간 아무리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6개월 뒤까지 구체적으로 얘기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3개월 단위로 움직이면서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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