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고 곱씹어도 좋은 순간은 인생에 몇 번 없다는 것을 알고 나니 바깥의 풍경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잘 보이고 싶었던 사람과의 관계가 어긋나고, 테니스의 더블폴트 같은 실패가 거듭되는 내 삶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주위의 온갖 것들과 싸우던 마음이 한풀 꺾이고 나니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장담했던 누군가의 마음도 헤아리게 됐다. 소설 속 또 다른 문장처럼,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상실을 아는 사람은 조금 더 깊어진다고 믿는다.
소설가 박유경(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