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줄기 시작한 우리나라 인구는 2041년이면 5000만 명대, 2066년이면 4000만 명대 붕괴가 예고돼 있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은 인구소멸 경고를 받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등극(2048년)도 코앞이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정상적 국가 운영은 물론이고 존립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15년간 38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계속 하락 추세를 보여 왔다. 이제 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보육·교육 환경 개선과 여성들의 경제활동 지원 등은 여전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강화해 나가야 할 과제다. 하지만 국가가 근본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인 출산 문제에 무한정 개입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 10여 년의 각종 수치가 보여주듯이 그 실효성이 크지도 않을 것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를 받아들이는 데서 발상의 전환을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가 줄어도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차선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구 4000만 명에 국민소득 10만달러 달성’과 같은 미래 청사진을 만들어봄 직하다. 인구 격감과 함께 생산가능인구도 계속 줄어들 텐데 무슨 수로 생산력과 소득을 키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는 출산율만 쳐다보는 정책보다 낫지 않겠는가.
해답이 없는 것도 아니다. 노동력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첨단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자본과 기술의 재무장, 여성과 장년층 노동력의 손실 최소화가 시급하다. 더불어 해외 고급인력 유치, 고령화 사회에 걸맞은 사회·문화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한 공감대와 지혜도 모아가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는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우리 경제와 생활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단기적 대책을 수립하느라 허둥댈 것이 아니라 20년, 30년, 50년 후를 내다보는 사회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마침 국회에서 기존 인구정책의 한계와 새로운 대안 마련을 위한 ‘인구정책기본법’ 제정 논의가 시작됐다. 기존 정책의 틀을 깬 새로운 패러다임의 입법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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