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명한 아트페어는 1970년에 출범한 스위스의 아트 바젤(Art Basel)이다. 독일·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입지 덕분에 첫해부터 큰손들이 몰려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미국과 홍콩에 진출해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 ‘아트 바젤 홍콩’을 개최하며 세계 최강자가 됐다.
그다음으로 꼽히는 건 1974년에 시작한 프랑스의 피악(FIAC)이다. 그러나 4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점차 빛을 잃고 있다. 급기야 내년부터는 파리에 진출하는 아트 바젤에 행사 기간을 양보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상업성과 변별성에 뒤지면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 점에서 영국 프리즈(Frieze)의 혁신은 놀랍다. 1991년 창간한 미술잡지 ‘프리즈’ 발행인이 미술가들과 함께 2003년 도심 공원에 텐트를 치고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실험적인 현대미술로 차별화하면서 승승장구했다. 2012년 뉴욕과 2019년 로스앤젤레스(LA) 진출에 이어 올해부터 서울에서도 ‘프리즈 서울’을 개최한다.
프리즈가 서울을 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홍콩 상하이 베이징 도쿄에서 비행기로 3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위치, 홍콩의 급속한 중국화에 비해 한국 미술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 미술품 취득세가 없는 조세제도 등이 함께 작용했다.
프리즈 서울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와 함께 코엑스에서 내달 2일 개막한다. 참여 화랑은 프리즈 119개, 키아프 164개, 별도 행사인 키아프 플러스 73개 등 350여 개. 미술계는 ‘프리즈 효과’로 국내 미술시장의 성장과 국제화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아트 페어에는 미리 정보를 알고 가야 한다. 유일한 한국어 가이드북 <프리즈 서울 2022>를 참고할 만하다. 주요 화랑 25개의 부스별 특징과 리히텐슈타인 등 거장 8명의 작품 분석 등 알짜 정보가 담겨 있다. MZ세대를 위한 해설까지 들어 있으니 예비 컬렉터들의 선행학습 기회로 삼아도 좋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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