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규제개혁 1호' 한달 만에 후퇴

입력 2022-08-25 17:38   수정 2022-08-26 01:25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영업 규제에 대해 “당장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반발하자 사실상 규제를 풀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제계에선 “이해관계자의 반발에 부닥쳐 새 정부의 규제 개혁이 앞으로 줄줄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암사시장에서 주재한 제6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고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마무리 발언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특히 소상공인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필요하면 소상공인 지원책 등 종합적인 고려를 통해 매우 신중하게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수석은 “실증 분석과 함께 매우 신중하게 진행해 나가겠다는 뉘앙스로 말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여부를 다룰 예정이던 2차 규제심판회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규제심판회의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규제 혁신을 위해 새로 마련한 제도다. 1호 안건이 대형마트 영업 규제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반대에 사실상 규제 완화 방침을 접겠다는 의미로 들린다”며 “대통령 지지율 하락 여파로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정책 대신 서민과 약자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만 5세 취학 학제 개편이 유치원 등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로 좌초된 후 윤석열 정부의 개혁 동력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골목상권 침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됐다. 대형마트에 월 2회 휴업을 강제하면서 0시~오전 10시 영업을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경제계와 소비자단체들은 “골목상권 부활 효과는 별로 없고, 소비자 불편만 초래했다”고 비판해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대형마트 규제 이슈는 이미 상당한 연구 자료가 쌓여 있다”며 “규제 개혁은 정권 초 비전과 동력이 있을 때 추진해야 한다. 규제를 풀 때를 기다린다고 해서 더 좋은 타이밍이 오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좌동욱/강진규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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