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지폐를 정교하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위조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위조지폐와 진짜 지폐의 유일한 차이는 위조지폐가 완벽하고 진짜 지폐는 결점투성이라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그렇다면 위조지폐의 역사는 어떨까요.
1694년 영란은행 설립의 주목적은 지폐 발행이었습니다. 때문에 설립 당시부터 은행권을 지속 발행하고 있는 영란은행도 위조지폐와의 싸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영란은행은 위조지폐 생산을 근절하기 위해 은행의 금 반출을 금지하는 은행규제법이 시행되던 기간(Restriction Period) 위조지폐를 유통한 사람을 교수형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약 300여명 정도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공포를 유발하는 정책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없었습니다.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영란은행은 1694년 지폐를 발행하면서 캐셔(Cashier)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지폐에 서명토록 제도화합니다. 이 서명은 영란은행에서 발행한 지폐라는 증명과 책임의 의미였습니다.
이후 영란은행은 1870년 해당 제도를 정비해 치프 캐셔(Chief Cashier)만이 지폐에 서명할 수 있도록 지위를 부여합니다. 이 제도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기술의 발전으로 더는 서명으로 화폐의 위조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치프 캐셔는 은행이 최신 위조 방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은행이 발행하는 지폐들이 잠재적인 위조로부터 안전한지 등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영란은행에서 발행되는 모든 지폐에는 이 치프 캐셔의 서명이 기재돼있습니다. 영란은행 설립 이후 총 33명의 치프 캐셔가 임명되었으며, 현재는 사라 존(Sarah John)이 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메타버스금융랩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