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내년 군 병력 규모를 현재 약 101만 명에서 약 115만 명으로 늘린다. 개전 초기 20만 명에 가까운 병력을 동원하고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한 뒤 남동부 전선에 집중하고 있으나 최근 2개월 가까이 두드러진 전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군사력이 더 이상 ‘슈퍼파워’가 아니라는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군 병력을 기존보다 13만7000명 많은 115만628명으로 정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개정 대통령령은 내년 1월 1일 발효된다. 2017년 11월 17일 발효된 기존 대통령령에 규정된 군 병력은 101만3628명이었다.
러시아는 지난 달부터 핵심 목표로 정한 도네츠크주에서도 여전히 주요 도시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동부 전선에서 한 달간 평균 진격 속도가 3㎞에 못 미칠 정도로 고전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사기 저하와 피로, 자원 부족으로 작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달부터는 러시아가 정규군 부족에 따라 동부 전선에 특수작전이 주목적인 용병 회사를 투입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가 교도소에서 신규 군인을 채용하거나 노년층 입대를 허용하는 등 병력 충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외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6개월간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가 더 이상 ‘슈퍼파워’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경제적으로는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지만 군사력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올해 초 임박한 전쟁에 대해 경고했을 때 워싱턴과 유럽 등의 분석가들은 러시아 군사력이 훨씬 우위에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빠르게 점령할 것으로 관측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수도 키이우가 72시간 이내에 함락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크게 빗나갔다.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6개월간 러시아의 공격을 비교적 잘 막아냈다는 평가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 전략연구소의 필립스 오브라이언 교수는 "러시아 군대는 미국과 동급이 아니다. 러시아를 더 이상 슈퍼파워라고 부를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는 영국이나 프랑스, 이스라엘 군이 가능한 복잡한 군사작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2단계 군사 강국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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