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첫 삽도 못 떴는데…공공재개발 후보지로 8곳 추가 선정

입력 2022-08-26 15:18   수정 2022-08-26 15:30



영화 기생충의 촬영지인 ‘돼지슈퍼’가 있는 아현1구역이 30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이곳을 포함한 서울 8곳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 신규 후보지로 선정되면서다.

주거 환경 개선이 필요하지만 사업성이 크지 않아 정비 사업이 어려운 곳을 정부가 직접 나서 개발한다는 취지지만 이미 선정한 공공재개발 후보지들조차 사업 추진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아 추가 후보지들의 원활한 추진 여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시내 8곳 공공재개발로 1만 가구 주택 공급

국토부와 서울시는 26일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8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마포구 아현동 699 일대, 영등포구 도림동 26-21 일대, 종로구 연건동 305 일대, 중랑구 면목동 527일대, 은평구 응암동 101번지 일대, 양천구 신월5동 77 일대, 구로구 구로동 252 일대, 금천구 시흥4동 4번지 일대 등이다. 이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서울 시내에 총 1만 가구 신규 주택 공급이 가능해진다.

공공재개발은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오랫동안 정체된 재개발 사업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기관이 시행자로 참여하는 사업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법적 상한의 120%까지 용적률을 높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공공기여해야 한다.

이번 2차 후보지는 지난해 12월 공개모집 결과, 59곳이 주민 동의 30%이상 받아 신청했다. 각 자치구가 지정요건 등을 고려해 42곳을 서울시에 추천했고, 최종적으로 8곳이 선정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봉구 창3동, 서대문구 홍제동 등 2곳은 사업방식·구역계에 대해 추가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시내 후보지 24곳이 1차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구역의 권리 산정 기준일은 공모 공고일인 지난해 12월 30일이다. 서울시는 이번에 선정되지 못한 구역 중에서 앞으로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될 경우 권리 산정 기준일을 올 1월 28일로 고시할 방침이다. 지분 쪼개기, 갭투자, 신축 행위, 분양사기 등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주민 반발·반대 '여전'…추진 동력은 '글쎄'

2차까지 후보지가 선정됐지만 사업 추진 가능성에 대해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1차 후보지로 지정된 흑석2구역과 금호23구역 등 상당수 지역에서 사업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 상태다. 이달 말 서울시청 앞에서 반대 시위도 열 계획이다. 사유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정부와 서울시에 공공재개발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상가를 소유하거나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갖고 있는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 사업 기간 동안 월세 수입이 사라지는 데다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한 고령자들의 경우 재정착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부채납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많고,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 사실상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개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추진한 공공재개발이 윤석열 정부에서 동력을 얻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새 정부에서 주택 공급 대책의 방향을 이미 공공에서 민간 주도로 선회한 탓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270만 가구 주택 공급 대책에서도 민간을 앞세운 도심 복합 개발 사업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여기엔 동의율이 낮은 공공 주도의 정비사업은 후보지에서 철회해 민간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유형의 주택 공급 방법을 수용해 최대한 단기간에 많은 주택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면서도 "아무래도 새 정부에선 민간이 주택 공급 확대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어 지난 정부의 공공 주도 방식의 주택 공급 방식은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공공재개발의 경우 기존 성공 사례가 없는 데다 재개발 과정에서 부각되는 각종 주민들의 불만을 완화할 수 있는 큰 경쟁력 있는 게 아니라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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