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효성 상실한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입력 2022-08-26 17:30   수정 2022-08-27 00:08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일요일 강제 휴무와 관련해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자유 경쟁에 위배되고 소비자 선택권만 제한하는 반시장적 규제라는 의견과 전통시장과 영세 상인들에게 최소한의 방패 역할을 수행하면서 유통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반론이 아직도 맞서고 있다.

지난 10년간 유통시장 성장은 e커머스 업체가 주도했다. 스마트폰, 인터넷 인프라의 엄청난 확산과 고속화로 e커머스 시장은 10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의 성장은 제한적이었다. 현재 유통시장 환경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한마디로 완전히 딴 세상이다.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 대형매장의 일요일 휴무를 강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대형마트 의무휴무제가 안고 있는 문제는 첫째, 규제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대형점이 주변 상권을 초토화한다는 가설을 소위 ‘월마트 효과(Wal-Mart effects)’라고 한다. 이는 미국에서 1990~2010년 비교적 활발한 연구가 이뤄졌다. 수많은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월마트 출점은 주변 상권에 존재하던 생계형 소매매장은 물론 전문매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상권 전체로 보면 소비를 활성화하고 양질의 고용을 창출해 경제 전체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월마트 출점은 기존 소형 매장들이 폐업하더라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처럼 새로운 곳에 새로운 창업을 유도해 기존 업체의 폐업을 상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권은 살아 숨 쉬는 동물과 같은 것이다. 매일 변하기 때문에 일요일 대형점 휴무로 인한 기회 매출이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측정하기는 매우 힘들다. 심지어 대형마트 휴무일에 인근 상가와 상권 매출이 오히려 줄어드는 동반자 효과가 보고되는 실정이다.

둘째, 월마트 효과에 대한 이슈의 유효기간이 종료됐다. 지난 10년간 미국 소매산업에서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s)’는 월마트 효과를 대체한 새로운 버즈 용어다. ‘소매업의 종말’이라는 용어가 유행할 정도로 아마존의 성장은 시어즈, 토이저러스를 포함한 거대 오프라인 소매매장을 폐점시키고 있다. e커머스는 전통 매장 기반의 소매업이 리테일 테크 산업화하는 현상으로 오프라인 소매업의 정체성을 위협하며 새로운 쇼핑과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고 있다. 한국도 세계 빅5 e커머스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시장 상황 변화를 감안해 본다면 같은 운명을 가진 오프라인 소매업에서 대형 점포와 영세 점포를 경쟁 관계로 규정하고 만들어진 영업시간 규제는 그 유효성을 급격히 상실할 수밖에 없다. 소매산업은 매장 크기가 다른 수많은 업체가 경쟁하는 동시에 e커머스, 편의점, 대형마트와 같은 소매 업태들이 경쟁하는 이중 경쟁 구조를 가진 산업이다. 영세 상인 보호를 목적으로 특정 업태만을 규제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셋째, 최근 홈플러스에서 6990원에 출시한 ‘당당치킨’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프랜차이즈업계는 대형마트의 ‘가성비 치킨’을 미끼 상품이라며 대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대형마트는 저렴한 가격의 기획상품을 통해 물가를 낮추는 매장이라는 업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과 서비스로 소비의 민주화와 지역 평준화를 가져온 커뮤니티 매장이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디플레이션 효과를 가져다준다.

결론적으로 대형점의 의무휴무제는 e커머스 시대에 유효성을 상실한 불편한 규제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전통시장 상인들의 영업 활성화는 대형점의 규제로 달성하기 불가능한 상황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존 규제는 일몰시키고 리테일 테크 시대에 걸맞은 상생 정책과 마케팅 전략 등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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