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올가을 경매시장에 쏟아진다. 모두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고(故) 폴 앨런의 수집품이다. 작품 평가액만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개인 소장품 경매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경매업체인 크리스티는 최근 앨런이 소유한 작품 150여 점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크리스티는 오는 11월 앨런의 소장품을 경매에 부칠 계획이다.
앨런은 1975년 빌 게이츠와 함께 MS를 설립했다. 악성 림프종에 걸려 1983년 회사를 떠난 앨런은 미술 경매의 ‘큰손’으로 변신했다. 2018년 사망하기 전까지 15세기부터 1990년대까지 다양한 미술품을 수집했다. 보티첼리, 얀 브뢰헬, 카날레토 등 15~18세기 거장은 물론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근현대 예술가들의 작품도 사들였다.
앨런은 이들 작품을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여해주기도 했다. 그는 생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중들에게 놀라운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앨런의 수집품이 경매에 오르는 것에 대해 “깜짝 놀랄 만한(eye-popping) 이벤트”라고 미술계에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크리스티는 어떤 작품을 경매에 내놓을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기욤 세루티 크리스티 최고경영자(CEO)는 “보티첼리부터 데이비드 호크니까지 5세기에 걸친 위대한 예술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1억달러(약 1320억원)로 추정되는 세잔의 대표작 ‘생트 빅투아르 산(La Montagne Sainte-Victoire·1888~1890)’과 5000만달러(약 660억원)짜리 존스의 ‘작은 거짓된 출발(Small False Start·1960)’도 이번 경매 리스트에 포함된다.
전체 규모도 ‘역대급’이 될 전망이다. 외신들은 일제히 이번 경매에 나오는 작품의 총 가치가 1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초 부동산 재벌 해리 맥클로와 전 부인 린다 맥클로의 개인 컬렉션 낙찰액(9억2200만달러)을 웃도는 규모다. 수익금은 앨런의 뜻에 따라 전액 자선사업에 기부될 예정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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