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이 증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투자한 해외 기업의 구조 재편 과정에서 국내 주주들이 받은 자회사 주식에 대해 증권사들이 시가 기준으로 배당소득세를 징수한 것이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최대 100억원대 소송전으로 번질 수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본지 5월 5일자 A1, 3면 참조
26일 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의 국내 투자자 92명은 미래에셋 삼성 NH투자 한국투자 키움 등 12개 주요 증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원천징수 의무자인 증권사가 징수 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해 세금을 거뒀기 때문에 전액을 반환하라는 주장이다. 청구금액은 2억9638만원이다. 이번 집단소송의 대리는 법무법인 윤성이 맡았다.
청구금액은 적지만 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소송에 참여한 투자자 92명 외에 다른 이들도 추가로 소송에 나서면 청구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 있어서다. 국내 투자자들은 AT&T 주식을 2억3717만달러어치(신주 배정 4월 5일 기준) 보유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를 바탕으로 배당소득세 원천징수액을 추정한 결과 약 108억4355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AT&T는 지난 4월 미디어 자회사인 워너미디어스핀코를 디스커버리와 합병해 신설법인인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를 세웠다. 이후 AT&T 주주들에게 주당 WBD 0.24주를 나눠줬다. 이를 두고 증권사마다 다른 세금을 징수해 논란이 불거졌다. 최종 해석 기관인 기획재정부는 ‘WBD 시가(24.07달러)를 기준으로 배당소득세(15.4%)를 원천징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면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증권사와 과세당국, 개인투자자의 주장이 모두 달라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주식 과세와 관련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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