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위반 벌금 대신 과태료…과도한 '경제형벌' 32개 손본다

입력 2022-08-26 17:41   수정 2022-08-27 01:45


정부가 주주의 주식 소유 현황을 제때 신고하지 않은 단순 공시 위반 기업 등에 대한 처벌을 벌금에서 과태료로 전환하기로 했다. 가벼운 법 위반 사항에도 ‘빨간 줄’을 긋는 과도한 경제형벌을 행정제재로 합리화하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기업형벌 완화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는 26일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입주한 로봇기업 아진엑스텍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주재 첫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경제형벌 개선 계획을 보고했다. 정부는 10개 부처 소관 경제형벌 32개를 행정제재로 전환하거나 형벌 수위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설립·전환 신고 의무 위반,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소속사의 주주 주식 소유 현황 신고 의무 위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소속사의 계열사 채무보증 현황 신고 의무 위반 시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이를 총수 1억원 이하, 임직원 1000만원 이하 과태료로 완화할 방침이다.

물류시설법상 인가를 받지 않고 물류터미널 건설 공사를 할 때 부과하는 처벌 규정은 폐지하고 사업 정지로 제재하기로 했다. 식품접객업자가 호객행위를 하면 처벌하는 규정을 없애는 대신 허가·등록 취소나 영업정지를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형벌을 부과하기 전 행정제재를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구매확인서를 발급하지 않으면 하도급 대금의 두 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는 현행 하도급법을 개정해 벌금에 앞서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대기업에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데, 이 역시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먼저 부과하는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오염물질을 배출해 다른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을 부과하는 환경범죄단속법은 사망의 경우는 기존 법정형을 유지하되 상해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 수위를 낮출 계획이다.
194개 규제 개선 완료
기업형벌 규제를 비롯해 정부가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규제 과제는 943건이다. 국무조정실은 이 중 194건의 개선을 완료했고, 434건은 올해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개선 완료 사례를 보면 창업기획자의 벤처투자조합 최소 출자 의무 금액이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완화됐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휴게시설 설치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용처를 확대했다.

전기차충전기 안전인증 대상을 기존 ‘200㎾ 이하’에서 초급속 충전기인 ‘400㎾’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올해 완료하기로 했다. 400㎾ 충전기가 도입되면 전기차 충전시간이 1시간에서 20분으로 단축된다. 위성영상 배포 시 보안 처리가 필요한 해상도 규제 기준은 기존 4m급에서 1.5m급으로 완화한다. 오는 10월에는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국내에 복귀할 경우 해외사업장에서 일하던 외국인이 특정활동(E-7)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는 법무부 규정 개정이 이뤄진다. 기존에는 5년 이상 경력이 있는 경우에만 국내로 들어올 수 있었으나 이를 2년 이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의원 입법도 정부 입법과 마찬가지로 규제영향 분석을 도입하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의원 입법 과정에서 규제가 남발되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강진규/좌동욱/최한종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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