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잭슨홀서 날아온 '매'…"예상보다 크고 강했다" [채선희의 금융꼬투리]

입력 2022-08-27 07:00   수정 2022-09-26 00:01


전 세계 금융시장의 촉각이 쏠렸던 미국 잭슨홀에서 예상보다 강한 '매'가 날아왔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일정 기간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하며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물가 안정을 복원하려면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은 최우선 과제인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선 경기를 둔화시킬 정도의 높은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고, 뉴욕증시는 출렁였습니다.

파월 의장이 고강도 긴축 정책을 시사하면서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빅스텝(0.5%포인트) 이상의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연 2.5%로 올리면서 미국 기준금리 상단과 같아졌지만,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한미금리는 다시 역전됩니다.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은 고환율의 원인으로 꼽혀왔습니다. 즉 미국 금리 수준이 한국보다 높아지면 자본시장에서의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로 이어지고, 원화 약세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외환위기 공포감…원·달러 환율, 1350원 넘어 1400원?
최근 원·달러 환율이 무섭게 치솟으면서 '제 2의 외환위기' 혹은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시장을 뒤덮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200원선을 중심으로 등락했습니다. 그러다 6월 Fed가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긴축 강화 신호를 보내자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상승, 1300원대를 넘어섰습니다. 1300원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번도 넘어보지 않은 수준입니다.

이후 1300원선에서 상승폭을 조금씩 키우던 환율은 지난 16일부터 다시 급등해 1345원마저 돌파했습니다. 6거래일 연속 오른 수준만 43원에 달합니다.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면서 시장 참가자들도 이른바 '멘붕'(멘탈 붕괴)에 빠진 상황입니다.

정부 당국의 개입과 기준금리 인상 속 원·달러 환율은 다시 1330원대로 내려왔지만 잭슨홀 회의 결과로 외환시장은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연말까지 안정세를 찾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KB증권은 4분기 예상 평균 원·달러 환율을 당초 1320원에서 1350원으로 상향하고, 올해 말이 되어서야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최근 상승세가 미국의 긴축정책, 유럽·중국의 경기침체 가능성 등 대외 악재로 반응하고 있는 만큼 오버슈팅(일시적 급등)이 나오면 14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원·달러 환율은 위기 때마다 1300원대에 올라서 상당기간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비롯해 2001년 엔저 파동 및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여지없이 1300원대로 진입해 참가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이에 위기의 전조 현상이라는 우려가 커지지만 정부와 외환당국,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 위기와는 다르다"고 입을 모읍니다. 달러화 강세로 인한 통화가치 절하가 한국 원화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배경에서 "환율 상승을 우려하는 배경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총재는 8월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 "최근 환율 상승이 마치 국내 시장에 유동성·신용도 문제가 있고, 그래서 과거 위기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은데 예전과는 다르다"며 "환율 수준 자체보다는 이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 기업들의 고충 심화 등이 우려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재는 "내가 IMF(국제통화기금) 출신입니다"라며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도 드러냈습니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뒤 2011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2014년 한국인 최초로 IMF 실무 최고위직(아시아태평양 국장)을 맡은 바 있습니다.

정부도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율 상승은 전 세계적 공통 현상일 뿐, 국가의 신용 위험도를 보여주는 '외평채 가산금리'와'CDS 프리미엄' 지표가 양호하다는 점을 눈여겨 보라는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외환시장에 투기적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시장안정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단기적인 환율 급등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고환율 리스크'를 언급, 관리 강화에 나선 만큼 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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