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 정비사업 시장에서 여러 아파트가 공동으로 대단지 아파트를 조성하는 통합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통합 재건축·리모델링은 일반적인 정비사업보다 사업성이 높고, 향후 ‘대단지 아파트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몸집’이 커진 만큼 사업 추진 속도가 다소 더딜 수 있고, 주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우·극·신’으로 불리는 이 단지들은 1993년 준공됐다. 지하철 4·7호선 이수역과 국립서울현충원 사이에 있는 4397가구 규모 대단지다. 현재 용적률이 250%를 웃돌아 재건축은 물론 개별 리모델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통합 리모델링으로 가닥을 잡았다. 통합 리모델링·재건축은 각 단지가 각종 인허가 등 절차는 따로 밟되, 동일한 시공사를 선정해 하나의 대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도서관 등 입주민들이 선호하는 커뮤니티시설이나 녹지 공간을 더 늘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정비사업 업체 한 임원은 “랜드마크급 대규모 아파트는 일종의 브랜드 ‘홍보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통합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문래동5·6가 현대1·2·3·5차, 문래현대6차, 문래두산위브, 대원 등 7개 아파트도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총 1973가구 규모로 1986~1998년 지어진 아파트들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현대3차로, 다음달 3일 조합 창립총회를 열 예정이다. 다른 6개 아파트도 각각 55~60%의 주민 동의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산에서는 총 2476가구 규모의 고양시 일산동구 주엽동 문촌1단지우성, 후곡7단지동성 등 4곳이 지난달 재건축 추진 준비위를 꾸려 통합 재건축에 첫발을 뗐다. 총 2564가구 규모의 일산서구 일산동 후곡4단지금호한양, 후곡15단지건영 등 4개 아파트도 지난 5월 통합 재건축 추진 준비위를 출범시켰다. 경기 안양시 산본 신도시에선 솔거대림, 묘향롯데 등 5개 아파트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 재건축·리모델링은 사업성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지만 아파트 단지별로 용적률, 대지 지분 등이 달라 전체 동의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주민 간 갈등이 격해지면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통합 시도 자체가 좌절되는 경우도 많다. 과거 통합 재건축을 추진했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부와 목화는 최근 단독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시는 한강 변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두 아파트 면적의 35%를 기부채납하면 용도지역 종상향을 통해 층수 규제를 50층 이상으로 완화해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목화 주민들 사이에서 “전면 한강 뷰가 보장되는 목화 부지는 기부채납하고 그보다 뒤쪽에 있는 삼부 부지에 새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면서 통합 추진이 좌초됐다. 서울에서 통합 재건축에 성공한 사례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 경남 재건축)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통합 재건축이 성공하면 대단지 프리미엄을 앞세워 자산 가치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며 “다만 아파트별 입지, 용적률 차이에 따른 이해관계 대립을 푸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