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학자금 대출 탕감과 인플레

입력 2022-08-28 17:36   수정 2022-08-29 00:07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건 2020년 3월 11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 오래 지속할 것으로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예측이 빗나간 건 또 있다. 바로 끈질긴 인플레이션이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여 년 만에 가장 높다.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미 중앙은행(Fed) 인사들은 작년 말까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란 말을 반복했다.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해서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그랬다. 물론 보기 좋게 빗나갔다.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은 잘못을 시인했다.
돈 풀기는 항상 고물가 부메랑
고물가의 원인을 놓고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과도한 돈 풀기가 가장 큰 배경이란 데 대해선 이견이 많지 않다. 미국에선 팬데믹 직후부터 세 차례에 걸쳐 1인당 3200달러의 현금을 배포했다. 4인 가족이면 1만2800달러씩 손에 쥐었다. 근로자급여보호프로그램(PPP)으로 푼 돈은 별도로 총 9530억달러에 달했다.

이뿐만 아니다. Fed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조성한 유동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버락 오바마 정부 때 국가경제위원장을 역임했던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나치게 많은 돈을 풀어 물가를 자극했고, 이게 반세기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근로자들의 구매력을 악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서민·중산층을 도우려던 재정·통화 정책이 되레 이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됐다는 얘기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최근 통과시킨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이름과 달리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에서다. 대기업 등에서 7390억달러의 세금을 더 거둔 뒤 이 중 4330억달러를 지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초점은 기후변화 대응과 약값 인하다. 결국 대다수 다른 제품과 서비스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반론이 거세다. 성장 둔화는 부수적 역효과로 거론된다.
"선거 앞둔 선심 정책" 비판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5일 젊은 층을 대상으로 부채 탕감 방안을 또 내놨다. 학자금 대출을 1인당 1만~2만달러씩 일제히 탕감해 주겠다는 것이다. 연소득이 12만5000달러(1인)~25만달러(부부)를 밑도는 근로자가 대상이다.

벌써부터 ‘대학에 진학할 형편이 못 되는 근로자들이 또래 대학생의 대출을 갚아주는 방안’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성실하게 돈을 갚았거나 학비 때문에 등록금이 싼 학교를 선택한 이들에게 허탈감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법안 통과에 난항이 예상되자 입법 절차 대신 행정명령을 동원한 것도 논란거리다.

학자금 부채 탕감은 인플레이션을 다시 한번 자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요 예산이 36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일각에선 “탕감액이 너무 적다”고 아우성이다.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잇따른 대통령 정책들이 오는 11월 8일로 예정된 중간선거 일정에 맞춰져 있다는 게 상당수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학자금 대출 탕감이야말로 선거를 앞둔 매표 행위이며 인플레이션 확대 조치”라고 평가 절하한 배경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한국 등 주변국에도 작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달러 기축통화국인데다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탓이다. 미국의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이 지금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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