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준석 전 대표가 비대위 전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이 지난 26일 법원에서 인용되며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데 따른 조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27일 다섯 시간 넘는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고 당 지도부 공백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전체 소속 의원 115명 가운데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최고위원회 체제로 돌아갈 것인지를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하태경, 김웅, 허은아 의원 등은 ‘비대위를 둘 만큼 비상 상황이 아니다’는 법원 판결문을 근거로 기존 최고위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 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비대위 유지에 힘을 실었다. 지난 비대위 구성으로 최고위가 해산됨에 따라 과거 최고위로의 복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결론을 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상당수 의원이 새 비대위 구성에 힘을 실으며 결론이 났다.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최고위원 절반이 사퇴 시 비상 상황’ 등 비상 상황에 해당하는 요건을 못 박은 뒤, 새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안이다. 이를 통해 최고위원 사퇴를 ‘비상 상황으로 볼 수 없다’며 비대위 전환 과정의 임의성을 문제 삼은 재판부의 법리를 피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으로 당이 다시 ‘판결 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 결정문의 취지는 최고위원 사퇴는 전국위를 통한 보궐 선출로 보완해야 하며 비대위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여당이 다시 한번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도 27일 “비대위 체제가 유지되면 다시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새 비대위 구성까지 당을 책임지기로 한 권성동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당내 최다선(5선)인 조경태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지도부는 그 실력이 다 드러났다. 책임정치의 시작은 권 원내대표의 사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어제 의총에서 네 가지를 결정했으나 제가 보기에는 정치와 민주주의, 당과 대통령 등 네 가지를 죽인 결정”이라며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당과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라고 썼다. 김태호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권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사태 수습의 첫 단추”라고 주장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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