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움푹 팬 볼, 굳게 다문 입술…그는 평생 붓을 놓지 않았다

입력 2022-08-28 18:28   수정 2022-08-29 00:54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불운한 삶을 살았다. 1884년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곧 아버지의 사업이 파산하며 가세가 기울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병치레가 잦았다. 작품 활동도 순탄치 않았다. 평생 그림을 그렸지만 그럴듯한 전시회 한 번 열지 못했다. 그 고통을 잊기 위해 20대에 알코올과 마약에 빠졌고, 결국 1920년 36세의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가 숨지자 당시 임신 8개월이었던 아내도 투신자살했다.

세상을 떠나기 딱 1년 전에 모딜리아니가 그린 자화상을 보면 그의 고달픈 삶을 엿볼 수 있다. 여성을 모델로 한 인물화를 주로 그리고, 좀처럼 자기 자신은 그리지 않았던 그가 유일하게 남긴 자화상이다. 그림 속의 그는 코트와 목도리로 몸을 꽁꽁 싸매고, 눈은 거의 감겨있다시피 하다. 움푹 팬 볼, 굳게 다문 입술이 무기력함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그의 손은 팔레트를 꼭 쥐고 있다. 실제로 그는 평생 붓을 놓지 않았다. 회화, 조각 등의 작품을 꾸준히 남기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창조했다. 현재 그의 그림은 한 장에 수천억원대에 팔리며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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