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과도한 단순화, 신흥국에는 리스크"…잭슨홀 회의서 Fed 때린 이창용

입력 2022-08-28 18:03   수정 2022-08-29 00:5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세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실기한 이유 중 하나로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꼽았다. 지난해 고물가 상황에서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며 제로금리 유지를 시사하다가 올해 뒤늦게 기준금리를 올린 Fed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는 성장률, 물가, 실업률 등 거시경제 전망치와 함께 금리 경로를 제시하는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와 달리 단순히 특정 시기나 목표치 등만 언급하며 금리 경로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휴양도시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잭슨홀 회의’에서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이 과도하게 단순한 경향이 있고, 그로 인해 경제주체들은 외부 환경이 급변할 때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단순화로 시장이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하게 되면 중앙은행은 출구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이날 이 총재는 잭슨홀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근무 시절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더글러스 렉스턴 박사와 공동 집필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 개방경제에 대한 교훈’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한은 총재가 잭슨홀 회의에서 발표자로 나선 건 이 총재가 처음이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은 기존의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를 고수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최근 저물가에서 고물가로의 전환 과정에서 중앙은행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에 따른) 이런 경직성으로 인해 정책 전환을 미뤄온 것에 일부 기인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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