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뒤흔든 '파월의 9분'…9월 기준금리 0.75%P 인상에 '무게'

입력 2022-08-28 18:02   수정 2022-08-29 00:48

“시장이 원하는 (금리 인하로의) 빠른 전환(pivot·기조 전환)은 없다. 물가를 잡으려면 고통(침체)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 26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미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회의에서 9분가량 한 짧은 연설의 핵심 메시지다. 그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향한 강력하고 단호한 의지를 나타냈다. 파월 의장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내자 Fed가 내년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파월 의장은 이날 잭슨홀 연설에서 “이번 내 발언은 짧고 초점은 좁혔으며 메시지는 직접적이다”고 포문을 연 뒤 “물가가 안정됐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 등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Fed가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연 3.75~4.0%(현재는 연 2.25~2.5%)까지 올린 다음 금리를 다시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Fed가 보다 빨리 매파에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였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역사적 경험상 조기 통화 완화는 부적절하다”며 시장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쐐기를 박았다.

파월 의장은 9분 동안 46차례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노동시장 악화 등으로 가계와 기업이 고통받는 등 ‘불행의 비용’을 치를지언정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도 했다.

밥 미셸 JP모간체이스자산운용 글로벌 채권·통화·원자재 대표는 이날 “파월 의장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 및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매우 확실히 보여줬다”고 평가하며 “Fed가 몇 달 안에 다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은 환상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다음달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폭이 0.5%포인트가 될지 0.75%포인트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월 의장은 여러 경제 지표를 참고해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발언을 내놓는 데 그쳤다. 다음달 FOMC 전에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이 나온다.

한국시간으로 28일 오후 4시 기준으로 페드워치에서 0.75%포인트 인상 확률과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6 대 4 정도로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렸다. 잭슨홀회의에 참석한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위원도 27일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ECB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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