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韓 해운업 '환경규제' 반사익 얻으려면

입력 2022-08-28 17:58   수정 2022-08-29 00:06

한국 해운업이 당면한 최고의 과제는 세계해사기구(IMO)가 제정한 환경규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IMO는 2020년 1월부터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유에 황산 함유량이 0.5% 이상인 연료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스크러버를 장치해 황산화물을 걸러내거나, 비싼 비용을 들여 저유황유를 사용해 왔다. 내년부터는 이제까지 신조선에만 적용하던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와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의 탄소 배출규제를 모든 운항 선박에 적용해 배출량에 따라 A, B, C, D, E 등 5등급으로 나누어 D, E등급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기간을 정해 시장에서 퇴출해 나갈 방침이다. 이는 저효율 선박 퇴출을 강제화하는 강력한 조치로 노후 선박에 치명적 조치가 될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겨울이 올수록 심각해지는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무기로 한 압박에 유럽연합(EU) 경제는 인플레이션율이 1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으로 ‘에너지의 해상 운송 의존을 높여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해상 운임 급등을 방관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지난 7월 17일자 선데이 타임스(더 타임스 일요판)에는 해운 특집기사가 나왔다.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에 컨테이너 운임이 600% 인상돼 영국 수출입자에게는 570억파운드의 추가 운임 부담을 주었고 세계 해운은 연간 1588억파운드의 수익을 창출했다고 한다. 이것이 세계 인플레이션의 한 원인이 됐다며 이런 해운업자들의 과도한 이익 향유를 제재하기 위해 미국 정부도 새로운 미국해운개혁법(OSRA)을 제정했다고 보도했다. 즉 엄청난 이윤을 냈으면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주어진 책임을 다하라는 의미다. 따라서 어떠한 예외도 없이 해운의 환경규제는 엄격하게 시행될 것이다.

2014년 이전에 건조한 선박은 환경규제 대비가 없는 선박들로 2027년부터 2030년대에 새롭게 배를 만들어 교체하거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엔진을 전면 개조해야 한다. 그전까지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저속운항(Slow steaming)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운항 속도를 1노트(시속 1852m) 줄이면 선복은 7~1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 기간 연간 예상 신조선 발주량은 1억4800만t으로 최근 초호황기였던 지난해의 1억3300만t을 웃돌 것이다. 한국 조선업은 이런 호황 시기에 조선 3사의 과당경쟁으로 속 빈 강정이 되기 쉽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최우선 과제다. 2019년부터 추진된 두 회사 간 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EU 눈치 보기로 실기한 전철을 밟지 말고 정부의 외교적 지원을 얻어 다시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

향후 해운은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러·우크라이나 전쟁 뒤에도 세계 공급망 변화에 따른 항해 거리 증가와 코로나 후유증으로 인한 항만 및 물류 종사자의 생산성 저하가 불러온 병목 현상 등으로 건실한 시황이 이어질 것이다. 특히 컨테이너 시황은 많은 신조선 건조에도 불구하고 미·중 갈등이 야기한 신규 공급망 변화 등으로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각국이 식량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모든 생필품의 재고 수준을 높일 것으로 예측돼 경기 침체에도 물동량은 적정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그럼에도 비정상적인 현재의 운임 수준은 내년부터 하강 국면에 들어설 것이다. 완만히 하강하다가 고점 대비 30~40% 수준에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LNG선은 신조선과 운항에서 공히 초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벌크선 분야도 노후 선박 퇴출과 함께 석유, 식량 등 전략적 자원 확보를 위한 추가 수요와 생산에 필요한 중간 원자재 확보를 위한 적정 재고 유지 전략 때문에 물동량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향후 5년 이상 세계 해운시장은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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