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특정 종단이 전통이라며 특정일에 여성이 사찰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29일 인권위는 지난 19일 A 종단 총무원장에게 성별을 이유로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진정인은 음력 2월 초하루 문화재를 둘러보고자 한 사찰을 방문했으나 관계자가 당일은 남성만 입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막았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피진정인 A 종단 총무원 원장은 음력 정월 초하루와 2월 초하루 자정부터 정오까지 여성의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70여년 전 사찰을 창건한 제1대 종정(종단의 제일 높은 어른)의 유지에 따른 것으로 내부적으로 새해의 시작 날에는 남성들만 기도에 정진했던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부장적 관습이 많이 남아 있던 당시는 정(淨)한 날로 여겨진 정월 및 2월 초하루에 남성만 기도했다"면서 "각각의 종교마다 지향하는 바와 신앙의 내용·형식 등이 다름을 인정해 종단의 유구한 전통을 지킬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피진정인이 특정일에 여성의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가부장적 관습이 많이 남아 있던 시절에 생긴 관례임을 인정하면서도 제1대 종정의 뜻이기 때문에 전통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논리 이외에는 제한행위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또 여성을 부정한 존재로 보아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남녀평등 이념을 실현하려는 헌법적 가치에 어긋나는 조치로,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종단의 전통에 근거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피진정인의 주장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이번 사안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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