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 물류 계열사인 LX판토스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3.83%를 사들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LX그룹의 지분 매입으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그룹 지분 매각…분쟁 종식
29일 업계에 따르면 LX판토스는 지난 26일 반도그룹으로부터 한진칼 지분 3.83%(약 256만 주)를 1600억원가량에 매입했다. 주당 매입가격은 6만2500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반도개발을 비롯한 반도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17.02%(1136만1000주) 중 일부가 LX판토스로 넘어갔다. 반도그룹의 나머지 지분도 국내 주요 대기업이 클럽딜(소수 기관만 모아 장외 또는 시간 외 거래로 지분을 매각하는 거래) 형태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함께 펀드를 구성해 각각 한진칼 지분 5% 미만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조원태 회장 체제를 흔든 경영권 분쟁이 이번 투자로 사실상 종식됐다. 조 회장과 우호 주주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5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한 반도그룹이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재 조 회장(지분율 5.78%)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18.73%에 이른다. 산업은행(10.49%) 델타항공(13.21%) LX판토스(3.83%) 네이버(지분 0.99%) 등 우호 주주 지분까지 합치면 47.25%에 이른다.
조 회장과 반목 중인 조현아 전 부사장 지분은 2.06%며, 우호 주주 여부가 불분명한 호반건설 지분은 16.44%다. 합쳐도 18.5% 수준으로 조 회장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호반건설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고, 경영에 개입할 계획은 없다고 한진그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4년 동안 한진칼은 3자 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공격을 받아왔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인 KCGI는 2018년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면서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여기에 반도그룹과 조 전 부사장이 합류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KCGI는 올초 보유 지분 전량을 호반건설에 넘겼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해소된 만큼 조원태 회장의 경영활동도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LX그룹 항공화물 역량 강화
물류업체인 LX판토스는 항공화물을 운송하는 대한항공의 오랜 고객사로 조원태 회장의 우호 주주로 분류된다. 한진칼 지분 매입을 계기로 한진그룹과 항공 동맹을 강화할 계획이다.LX판토스는 전 세계에 360여 개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한 회사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항공 물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항공 화물을 실어 나르기 위한 전세기 대여 규모도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비 네 배 가까이 늘렸다. 일정 기간 항공사로부터 여객기를 빌려 화물의 유치·계약·배송·하역 등 운송 단계를 총괄하는 방식이다. 이번 지분 투자도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호반건설이 ‘덫’에 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사는 단순 투자 차원에서 주당 6만원 안팎에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경영권 분쟁’ 이슈가 사그라지면서 한진칼 주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건설의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한진칼 주가는 2.97%(1800원) 떨어진 5만8800원에 마감했다.
김익환/강경민/이지훈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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