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호동에 있는 고깃집 ‘비원’(사진)에는 서버·계산원이 한 명도 없다. 방으로만 이뤄진 식당에 가면 냉장고에 예약 시 미리 주문해 놓은 고기가 들어 있다.
고기는 알아서 구워 먹고, 근처 마트에서 와인 등 좋아하는 술을 사 와서 마셔도 된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남종현 비원에프앤비 대표는 “점주로선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전용 공간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최근에는 2030세대가 특히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29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식 시장에서 무인화가 가속화하면서 손님들이 직원을 한 명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는 식당이 속속 생기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코로나19발(發) 외국인 근로자 감소 등의 요인으로 시간제 근로자 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높아진 데 따른 변화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말 서울 동교동에 무인점포를 냈다.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음식은 영수증에 찍힌 바코드를 ‘픽업 박스’에 인식한 뒤 받아 가는 구조다.
음식을 주문하고, 먹고, 치운 뒤 문밖을 나설 때까지 점원을 만날 일이 없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 관계자는 “무인점포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점포에 비해 직원 배치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직원들의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작다”며 “소비자들의 반응도 예상보다 좋아 앞으로 무인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회사 내 직원 식당도 무인화가 진행 중이다. 풀무원이 선보인 스마트 무인 식당 ‘출출키친’이 대표적 예다. 스마트 쇼케이스에 냉장 도시락과 김밥, 샌드위치, 간편식(HMR) 등을 준비해 놓으면 직원들이 알아서 결제하고 꺼내 먹는 시스템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예산과 공간 등의 제약으로 대규모 조리시설 등을 갖춰야 하는 직원 식당을 마련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업무 특성상 24시간 교대근무가 필요한 곳 등에서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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