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은 29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서 혼다와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약 체결식을 열었다고 발표했다. 공장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5년 말부터 파우치형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생산된 배터리는 혼다와 프리미엄 브랜드 아큐라의 전기차에 투입된다.
장소는 오하이오가 유력하다. 혼다의 북미 주력 공장이 있는 지역이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시장과 가까운 곳에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글로벌 선도기업 LG에너지솔루션과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일본 완성차업체가 한국 배터리업체와 손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업체들은 가급적 자국 기업과 협력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배터리 합작사를 세운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혼다는 LG에너지솔루션의 자금력과 기술력, 북미에서의 경험을 높이 평가해 일본 업체 대신 LG에너지솔루션에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에 48조원을 투자해 연 20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올해 초 발표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로 전기차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는 미국 내에서의 배터리 조달이 필수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와 합작사를 꾸린 경험이 있다. 혼다는 세 번째 파트너다.
여기에 미국이 IRA를 전격 시행하면서 두 회사의 논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IRA는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된 배터리·부품이 일정 비율 포함돼야 전기차 한 대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혼다와의 합작은 북미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합작사 설립 소식을 전하면서 “자동차업체들이 중국 배터리 공급사에 대한 의존을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어 한국 업체의 수주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IRA 시행으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업계의 화력은 북미 지역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6일 파나소닉이 40억달러를 들여 미국 오클라호마에 연 40~5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오클라호마는 테슬라의 생산기지가 있는 텍사스와 인접한 주다. 테슬라 생산량 증가에 대응하는 동시에 IRA 요건을 맞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IRA 직격탄을 맞은 중국 CATL도 북미 진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이 회사는 “기존에 발표한 북미 공장 건설은 고려사항이 많아 지연되고 있다”며 “IRA 대응 방안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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