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5000만원 떨어졌다"…분당 집주인들 '부글부글'

입력 2022-08-30 08:49   수정 2022-08-30 08:58


정부의 8·16 공급대책 후폭풍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해명에 나서면서 시장 매물은 소폭 줄어들고 있지만, 1기 신도시에서는 여전히 원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3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기 신도시 매물은 전일 1만5835건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성남시 분당구(분당) 3624건 △고양시 일산서구와 일산동구(일산) 6277건 △안양시 동안구(평촌) 3066건 △군포시 금정동과 산본동(산본) 1484건 △부천시 중동(중동) 1384건이다.

정부의 8·16 대책 발표 당일 1기 신도시 지역 매물은 이보다 400여건 적은 1만5416건이었다. 정책 발표 열흘 만인 지난 26일에는 1만6238건으로 늘어나며 실망 매물이 800건이 넘었지만, 정부의 해명이 이어지면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각 지역에서의 원성은 여전한 상태다. 군포시 산본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8·16 대책 발표 당일에만 매물이 100건 정도 쏟아졌다"며 "단지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주일 전과 비교해 중대형 면적 호가가 5000만원 내외 하락했다"고 말했다.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대통령이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주요 공약에 담으면서 재건축 관심이 높아졌다"며 "그간 가격에 재건축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됐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아무 것도 없던 탓에 시세도 하락세"라고 설명했다.

1기 신도시 대부분 8·16 대책 이후 실거래가 없는 가운데, 일산에서는 하락 거래도 발생했다. 일산서구 탄현동 '탄현4단지건영' 전용 53㎡는 지난 22일 2억53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10월 최고가 대비 46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주요 공약이었다. 윤 대통령은 1기 신도시 노후화로 주민들의 생활에 불편이 야기되고 있다며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통한 재정비를 약속했다.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 부동산TF가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중장기 과제'로 검토한다고 밝혀 여론이 들썩였지만, 심교언 부동산TF 팀장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마스터플랜을 통해 지역을 종합적으로 어떻게 발전시킬지 구상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지난 16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서 마스터플랜 마련 시점이 2024년으로 발표되며 논란이 재차 점화됐다. 공약 파기 논란이 거세지자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부가 주택 정책을 발표했으나 국민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단 하루도 우리(정부)로 인해서 1기 신도시 재정비가 지체되는 부분은 없게 장관의 직을 걸고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거듭 해명을 내놨지만, 1기 신도시 집값은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22일 기준) 성남 분당이 0.13%, 일산서구와 일산동구는 각각 0.09%, 0.08% 내렸다. 안양 동안은 0.21% 급락했고 군포는 0.16%, 부천도 0.12% 하락했다. 특히 분당의 낙폭이 전주 0.07% 하락에서 두 배 가까이 가팔라졌고 같은 기간 일산동구는 0.02% 하락에서 낙폭이 네 배나 커졌다.


민간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19일 기준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평촌(-0.07%) △일산(-0.06%) △분당(-0.02%) △산본(-0.01%) 등 대부분 지역이 하락했다. 1기 신도시 가운데 중동만 보합을 기록했다.

주민들의 눈초리도 싸늘하다. 분당시범단지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집회를 열고 정부의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종석 준비위원은 "대통령 공약은 국민과 한 약속임에도 마스터플랜이 2024년으로 미뤄진 상황에 주민들의 실망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다녀갔던 안양 동안구 초원7단지 부영아파트 주민 박모씨도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다녀가면서 재건축 논의가 나왔다"며 "실제로 재건축을 하게 만들 요량이라면 어느 시점에 가능하다는 확신을 줘야 하는데, 지금은 희망고문으로 (기존 추진하던 리모델링 사업의) 발목만 잡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정비 밑그림인 마스터플랜이 2024년 나오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5개 신도시 인프라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국내 기관도 한정적"이라며 "재건축 순서나 이주 수요 등의 문제도 있기에 재정비가 빠르게 이뤄지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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