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 재정에서 건전 재정으로의 기조 전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밝힌 윤석열 정부 5년 간 재정운용 ‘키워드’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5년 간 400조원이 늘어낫 나랏빚(국가채무)를 정상 궤도로 복귀시켜 국가채무비율 50%선을 지키고, 5%대에 달하는 재정적자 폭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경제 성장의 주도권을 민간에 맡겨 불필요한 재정지출은 줄이되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구축, 모험적인 미래 기술 개발 등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처럼 ‘우상향’하던 재정 악화 그래프를 ‘평탄화’시킨 5년 뒤 재정의 미래를 제시했다. 정부는 2022~2026년 기간 중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대비 연평균 4.6%, 2차 추가경정예산 반영 기준(679조500억원)대비 1.8%로 줄이기로 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내년 2.6%를 시작으로 2026년 2.2%로 2%중반 안팎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해 49.7%인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5년 뒤에도 52.2%대로 관리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계획은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으로 짠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문 정부는 당시 2025년 국가채무비율 예상치를 58.8%로 전망했다. 올해 계획에 담긴 2025년 목표치(51.4)는 이보다 7.4%포인트 낮다. 2025년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예상치도 4.6%였던 것을 2.3%로 절반으로 줄였다.
추 부총리는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을 위해서라도 방만 재정에서 건전 재정으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라며 “이제부터라도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총 12개 예산 분야 중 산업·중소기업·에너지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 지출을 2026년까지 각각 연평균 2.6%, 1.8%씩 줄여나갈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 분야 지출도 연평균 0.1%씩 감축한다. 한국판뉴딜’처럼 정부가 미래 유망 산업 분야를 선정해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력 양성이나 대외 공급망 구축 , 규제 개선 등 기업들이 국제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예산의 36%(올해 본예산)를 차지하는 보건·복지·고용 지출은 연평균 5.5%씩 늘리되 공공 일자리 등 정부 주도 지출은 줄이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보장성 강화, 장애인·노인·취약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맞춤형 복지’로 전환한다. 관행적으로 지원되던 민간보조금과 기금을 구조조정하고, 5년 간 16조원 이상의 유휴·저활용 국유재산을 정비해 재원을 추가 확보한다.
정부는 계획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9월 중 재정운용의 목표를 법제화한 재정준칙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로 한도를 두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설 경우 적자 한도를 2%로 줄어들도록 설계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올해 제시한 지출 구조조정 방식이 지속가능성이 있으려면 재정준칙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재정 성과에 따라 예산을 조정하는 관리체계 개편 등 시스템적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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