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외로운 남자'…브라질 원주민, 죽음도 혼자였다

입력 2022-08-30 11:48   수정 2022-08-30 11:50



브라질 아마존 정글에서 홀로 생활하던 부족의 마지막 원주민이 숨졌다고 29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브라질 국립원주민재단(FUNAI)은 지난 23일 순찰하던 도중 오두막 해먹에서 잉꼬 깃털에 덮여있는 이 남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폭력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약 60세 나이에 자연사 한 것으로 보인다. 재단 관계자는 남성 주변에 여러 밝은 색의 깃털이 놓여 있었는데 그가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볼리비아와 국경을 맞댄 론도니아주 타라루 원주민 지역에 살고 있는 부족의 최후의 생존자였다. 그는 26년간 외부세계와 완전히 고립돼 살았으며 깊은 구멍을 파는 습성이 있어 ‘구멍파는 남자(Man of the Hole)’로 알려졌다. 구멍은 동물 사냥하거나 몸을 은신하기 위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부족은 1970년대 이후 수십년간 영토를 확장하려는 외부인으로부터 공격 받았고 이 과정에서 남성의 가족과 다른 부족민들이 숨졌다. 1995년에는 남은 구성원 중 6명이 불법 광부의 공격으로 사망해 부족의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이 때문에 그는 사람들이 접근하면 덫을 놓거나 화살을 쏘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재단은 1996년에야 그의 생존을 알게 되었고, 이후 그의 안전을 위해 해당 지역을 감시해 왔다. 원주민 보호를 위한 접근이었지만 그는 정부 관계자들을 피해 끊임없이 도망쳤고 그동안 만든 오두막집만 53개에 달한다.

마르셀로 도스 산토스 원주민 전문가는 현지 인터뷰에서 “그가 자신이 곧 죽을 것을 알고 스스로 깃털을 덮고 죽음을 기다렸을 것”이라며 “시신이 발견되기 40~50일 전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단 관계자들은 그가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브라질에는 약 240개 토착 부족이 살고 있으며 불법 광부·벌목꾼·농부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토착 원주민들의 땅을 침범해 폭력과 인권침해 등이 일어나고 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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